‘고구려의 전쟁사’라는 소재는 픽션이건 넌픽션이건 책을 쓰기에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이다.저자는 고구려를 포함해 당시 동북아의 역학구도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한 듯 하다.덕분에 방대한 당시 역사 기록을 부분부분 엿볼 수 있어 좋았다.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책을 읽는 내내 질긴 고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억지로 씹어 삼켜야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개정판을 낸다면, 좀 더 정돈된 내용과 문장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면 좋겠다.
향료는 세계무역이 발흥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징후였으며, 무역을 하기에도 이상적인 상품이었다. 향료는 가벼웠고, 가격은 높았으며, 포장하않고 산적하는 화물이었고, 거의 변하지 않았다.
글도, 문장도 좋다. 무엇보다 내 여행의 로망 중 하나인 시칠리아를 다녀온 기록이어서 더 좋았다.팔레르모, 아그리젠토, 시라쿠사, 타오르미나, 메시나..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다.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도판과 그에 대한 설명이 너무 빈번하고, 문장이 길어서 글을 읽는 흐름이 다소 깨지곤 했다는 것이다.개정판을 낸다면 편집의 묘를 좀 발휘했음 좋겠다.그리고 저자가 칭송해 마지않는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그림 <성모영보의 마돈나>는 내 눈에도 정말 멋진 그림이었다.언젠가 팔레르모에 가서 직접 감상하리라 !!
한 사람의 인생을 펼쳐놓고 그양상을 지켜보면 대부분은 돈키호테에서 산초로 변한다. 아주 짧은 혹은 거의 보이지 않는 돈키호테의 시기를 지나 결국 산초가 되는 것이다. 완연히 산초가 되어버린 뒤엔 어떤 중대한 계기가 있지않고선 다시 돈키호테가 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철드는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인해 삶은 점점 더 안정되지만또한 평범해진다. - P352
우리는 이미 후회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과거 그 소중한 생활의 편린들을 간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누가 알겠는가. 세월이 더 흐른 후 다시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 언젠가 아무리 큰 사업이나 업적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아무리 재미있고 훌륭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우리는 분명 펜을 들고 조금은흥미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작업을 ‘인생 컬렉션 놀이‘ 라고 하면 어떨까?오늘은 어제의 일을 주워 담고, 내일은 다시 오늘을 주워 담고, 이렇게 하나하나 주워 담다 보면 원래의 편린들이 긴 선을 이루게 된다. 마치 작은연못이 큰 강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이렇게 이루어진 거대한 물길은 더 이상 썩어버리거나 메마를 위험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