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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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화면에 구글 지도를 띄어놓고 산기슭이나 해변의 지형과 땅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앉아 있었다. 문득 내가 말년을 보낼 주택 부지를 찾는 게 아니라 묏자리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내 앞에는 시간도 사람도 일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p.168

책을 덮고나니 내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곳과 친구들, 동네 사람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면서 그립다. 하나의 공동 화장실을 줄서서 사용하느라 불편했던 그곳.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들이 수돗가에 한 데 모여서 저녁거리를 씻고 오며가며 이야기나누었던 곳. 사오자마자 죽은 병아리를 묻으며 함께 울어주었던 친구들. 80이 가까워진 우리 엄마, 돌아가신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그리운 것이 많아지면 늙는거라고 하더니..나도 해질 무렵이 되려나보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 살던 곳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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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콩갈다 - 콩가루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의 19년 인생 여행기.박웅현 크리에이티브 교육법
박연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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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는 잘 썼고, 나는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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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교회가 아니라 리더를 떠난다 - 영적인 위기를 만난 리더에게 꼭 필요한 것들
고든 맥도날드.빌 하이벨스.유진 피터슨 외 지음, 최요한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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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제자훈련원이라는 출판사와 고든 맥도날드, 빌 하이벨스, 유진 피터슨 등 11명의 공저,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한 국내 목사님의 글, 무엇보다 “교회가 아니라 리더를 떠난다”는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끌리어 책이 내 손에 닿는 순간을 설레며 기다렸었다.

 

 

세계 어느 곳이 아닌,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교회의 현실과 문제들을 발가벗기어 드러내주기를, 수많은 리더십의 문제들을 지적해주고 통렬히 비판해주기를 나는 짐짓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첫 번째 읽었을 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17장의 파트로 나뉘어진 글들은 일반 자기 계발서에서도 익숙했던 처세술의 나열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소문난 잔치에 비루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상했다. 리더들에게 상처받고, 팽창과 성과 위주로 물들어가는 교회의 모순에 돌아서버린 "가나안 크리스천"이 갈수록 늘어가는 심각한 상황이 글 속에 담겨있지 않았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툭 던져놓고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무언가 불편한 마음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다시 한 번 읽어보자. 내가 경솔했을 수도 있어” 이번에는 더욱 집중하고 천천히 읽어가며 요점을 정리보기로 했다.

 

 

1. 전쟁 같은 일상에서, 따로 떼어놓은 짧은 시간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통찰과 활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2. 남을 이끌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끌어야 한다.

3. 건설적인 피드백을 해 줄 사람을 찾으라.

4. 침묵하는 법, 떠벌리지 않는 법, 그저 가만히 벌어지는 일에 주목하는 법,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5. 힘든 대화를 소화해낼 수 있는 냉철한 정신을 길러야 한다.

6. 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아야 한다.

7. 하나님의 새 일을 기대하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8. 농부가 낫을 벼리듯 내 영혼을 벼리는 숫돌과 같은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9.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10. 한 걸음 물러나 관점과 전략을 가다듬고, 사역자로서 불가피하게 입은 상처를 치료할 시간도 정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11. 본을 보일 때 가르침은 최고가 된다.

12. 도덕이 아니라 순결에 대해 설교해야 한다.

13.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열매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14.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15. 리더는 자기가 키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똑똑하거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깊이 있는 사람들이다

16. 그분이 세상 끝 날까지 당신과 항상 함께 계신다는 실재를 경험해보라.

17.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라. 함께 어울리라. 친구가 된 후의 일은 하나님께 맡기라. 의사의 눈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하나님이 치유하실 상처를 보라.

 

 

각 chapter의 핵심만 요약해보니, 결국 모든 것이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이나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는 크나큰 실패와 낙심이 뒤따르는 요소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올바로 지키기 위해 영적인 시간을 따로 떼어 기도하고 예배하며 스스로 충전해야만 명성과 권력, 부요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늘 신중한 언행으로 본을 보임으로써 깊이 있는 제자를 양육할 수 있게 된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먼저 다가가고, 하나님의 영광과 이름과 능력이 드러나는 담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분하게 시간을 내어 정리하면서 내 안에 있는 교만과 부딪히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 보다는 교회와 그 교회의 리더들을 탓하고 책망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신앙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돌아보지 못했고 교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 리더들과 함께 진정으로 기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기대했던 만큼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것들만 계수했던 내 자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 .” (눅 6:42) 내 눈 속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려 외식하는 자로 살아온 내 삶이 한 없이 부끄럽고 후회가 되었다.

 

 

이제 이 후로는 내가 먼저 성숙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교회와 교회를 섬기는 리더들을 위해 기도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성도로 다시 서고 싶다. 비록 하나님이 보시기에 완벽한 리더가 아닐 지라도 그를 위해 기도하고 협력하는 성도들이 많다면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이루실 새 일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 기꺼이 실패와 오류투성이였던 자신들의 상처와 경험을 드러내며 아낌없이 조언해주는 11명의 멘토들이 있다. 영적인 위기를 만난 리더들, 깊은 고독을 느끼고 있는 리더들이라면 혹은 자신의 사역에 어느 정도 신뢰와 확신이 드는 리더일지라도 따로 시간을 내어 이 책에 집중한다면 풍성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이 늘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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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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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서도 느꼈었던 것.
뒤로 갈수록 헤매는듯 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분량채우려는 것 같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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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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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인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피로연이 무르익을 즈음, 건아하게 취기가 오른 박범신 작가가 벌떡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르며 신랑신부를 축하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호화로운 호텔의 샹들리에 밑에서, 코스로 이어지는 미식거리는 양식 속에서, 탄산수를 들이키듯 얼마나 개운했는지, 생면부지 앞에 앉은 사람이 당황하던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아버지를 닮은 박범신작가의 글이 고맙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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