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 존 오웬 전집 1
존 오웬 지음, 김귀탁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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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로부터 영혼의 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바울의 사역에 관하여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사도행전 931절 말씀이었다. “그리하여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니라저자는 '그리하여'라는 접속사에 주목하며 바울이 고향으로 돌아가자마자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고, 마치 교회가 바울이 떠나기만을 기다린 것 같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지성과 영성, 순종, 믿는 바를 실천함에 있어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바울의 특심이 오히려 교회에 걸림돌이 되었음을 깨닫고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바 악을 행하는도다"(7:19) 라며 좌절했다는 논리는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말씀은 이번 달 모임 책인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의 존 오웬이 선택한 대명제와 연결된다.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7:21).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7:24)며 절규하는 당대 최고 지성인, 바울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를 괴롭게 했던 죄와 악에 대해 자연스럽게 초점이 맞춰진다.

 

책 머리에 소개된 김남준 목사님의 해제 중, 죄의 정의가 명쾌하다. “존 오웬은 죄를 하나님의 율법을 따라 살지 않으려는 인간의 반항과 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선의 결핍으로써 하나님의 은혜에서 물러나는 것이 죄의 융성의 필연적인 원인이 된다고 제시한다. 어쩌면 나는 죄에 있어서만큼은 내 의지대로 일정 부분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죄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집요하며 끈질긴 것인가 재조명하게 되었다. 죄는 하나님께 속한 모든 것에 대해 총체적으로 적의를 가지며 대적하고 반감을 일으킨다. 지성을 공격하고 정서를 미혹하여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내 의지와 노력, 양심, 율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존 오웬은 우리가 실제로 죄를 잉태하고 낳는 것을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통해 막아주신다고 강조한다. 죄의 힘을 제거하거나 차단하심으로써, 외부의 힘을 사용하심으로써, 죄를 잉태한 자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심으로써, 의지와 지성과 고통을 사용하심으로써, 때로는 생명을 거두어 가심으로써 등 무엇이든 사용하셔서 우리를 죄로 인한 파멸에 이르지 않도록 보호해 주신다는 것이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과 생각에 죄가 침입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가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누구보다 반감이 많았고, 무지했고, 무정했던 나를 위해 사방에서 죄를 막아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기다려 주신 아버지의 인내와 사랑에 새삼 뭉클해진다.

 

책 후반부 신자에게 작용하는 죄의 효능에서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수준이 높았던 노아, , 다윗, 히스기야왕을 소개한다. 처음 가졌던 열심과 거룩함을 상실한 그들 속에서 강하게 힘을 발휘한 죄에 관한 부분은 경각심이 들게 한다. 특히, 백성을 계수할 때 다윗의 마음속에 작용했던 부정함과 교만이 그가 처음 길에서 벗어나게 된 타락의 원인이었다는 내용은 얼마나 세심하게 마음을 지켜야 할지를 보여준다.

 

책에 몰두하고 있던 주일, 담임목사님의 설교 제목이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였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15:18~20). 악한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생각과 마음 안에 있기에,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라는 기도를 멈추어선 안 된다는 말씀으로 책의 내용을 확증해주셨다.

 

존 오웬도 죄를 파괴하는 적합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묵상과 기도를 권유하고 있다. 마지못해 의무처럼 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죄가 집요하고 끈질기고 힘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아래 있음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선하게 살기 원하는 내 안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죄의 실체를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잠깐의 방심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씀과 함께 묵상과 기도를 놓지 않고 매 순간 하나님께 주목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들은 것에 더욱 유념함으로 우리가 흘러 떠내려가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니라”(2:1). 유념해서 흘려버리지 말라는 하나님의 당부가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다. 이 책에는 유념해서 흘려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고전만이 줄 수 있는 선명함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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