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실히 트랜드에 둔감한 편이라 할 수 있다. S/S니 F/W니 떠들어대도 내 옷장에는 꽃무늬 옷은 하나도 없고 자기 계발서나 사회, 과학류의 책은 내 서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신발장에는 하이힐이 없고, 거울 앞에는 색조화장품이 없다. 그런 나에게 ‘앞으로 3년 세계 트랜드’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목차를 훑어보니 내 좁은 식견의 범위가 아닌 훨씬 방대한 분야가 소개되어 있다. 기술, 경제ㆍ경영, 소비, 사회, 문화 다섯 가지 분야에서 39개 트랜드를 뽑아 가까운 미래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이오프린팅, 사물인터넷, 딥러닝, 소셜그래프, 스패이스마케팅, 칵테일컨슈머, 슈퍼니치, 업사이클링, 모바일세런디피티, 공유경제, 지름인증, 무크플랫폼, 레트로컬쳐, 에픽텔링, 일코 등등. 책을 모두 읽은 후에도 각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단어들이 흥미롭다. 몇 십 년 전의 케케묵은 자료들이 아니라 최근의 따끈따끈한 자료들로 전해주니 낯설지 않고 재미있게 몰입하게 된다. 소비자로서의 개인뿐만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를 연구하는 마케팅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할 정보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나에게는 특히 기술분야의 ‘의료시스템을 위협하는 바이오프린팅’ 경제ㆍ경영분야의 ‘명품이 된 저가 브랜드’ 소비분야의 ‘당신의 수고를 덜어드립니다. 대행서비스의 진화’ 사회분야의 ‘본격적인 이민자 유치경쟁’ ‘푸드전쟁에 대비하라’ ‘인간수면의 증가가 가져올 불편한 미래’ 문화분야의 ‘1990년대를 추억하라, 에코부머가 이끄는 레트로 컬쳐붐’의 주제가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트랜드에 민감하지 않게 살아간다 할지라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주변의 현상들은 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되고 개발되어 언젠가 나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고 불이익을 주기도 할 것이라는 것. 이전에는 막연하게 알았다면 이 책을 통하여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많은 숙제가 남아있지만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사물인터넷으로 편리한 홈관리를 하게 되고, 국경 없는 쇼핑,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제공받아 다채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좋은 면도 많지만, 기후변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 식량부족, 대체노동으로 사라지는 노동자, 인간수명의 연장으로 가져오는 여러 가지 불편한 미래 등 결코 낙관할 수 없어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한 이슈들도 많다.

 

저자가 책의 처음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소개했듯이 ‘인류는 끊임없이 문제에 맞닥뜨렸고, 언제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했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지금 우리사회도 HELL조선이니 흙수저니 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허우적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조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좌절하기 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트랜드를 파악하여 각자의 방법으로 만족하며 행복한 길을 찾아간다면 해결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 지금까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하게, 느리게 살았다면 그것이 나와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나의 색깔을 잃지 않되, 내가 기여할 부분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겁지 않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 올해가 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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