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시는 언제 읽어도 '짧지만 오래 남는 여운'을 가진다. 단 몇 줄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아주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려 위로로 전환하는 힘.그런데 이 익숙한 시들을, 이제는 인공지능과 함께 다시 읽는다는 발상은 조금 낯설고도 흥미롭다.김예원의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는 바로 그 독창적인 실험의 결과물이다.누구나 개인적으로 지피티에게 나태주의 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를 읽어보게 할 수는 있는데, 그 작업을 그대로 책으로 출간했다는 것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ㅎㅎ<선물>이라는 시를 읽게 하고 저자는 '오늘'이 왜 가장 큰 선물이냐고 AI에게 물었더니 지피티는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한다.AI도 시를 쓰나 보다.새로운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빈 상자라니... 와 우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피티가 나보다 낫다.이 표현을 읽는 순간, 아침에 눈을 뜨며 느끼는 그 맑은 공기와 하루를 생각하는 설렘이 겹쳐졌다. 주로 아침 명상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충만함 같은 것인데, 지피티의 해석을 읽으니 명상할 때 받는 그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말해주니 그 말의 진실성이 더 선명해지는 듯도 하다.지피티 최고.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AI가 시를 분석하면서 자주 감성적인 어휘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따뜻하다, 빛난다, 위로가 된다'와 같은 표현들이 많았는데 물론 이것은 인간이 입력한 수많은 텍스트에서 배운 결과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시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적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시가 본래 보편적인 감정의 언어라면, AI의 대답은 그 보편성에 대한 또 다른 증거일지도 모르겠다.중요한 건 AI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그 말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다시 느꼈는가 하는 것이다.'나는 하루를 빈 상자라고 생각해 봤는가''어떤 존재를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선물처럼 생각한 적이 있는가' 하는 자문들.프롬프트를 잘 쓰신 작가님과 그 이상으로 즐거움을 준 지피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