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여백이 느껴지는 글들)


'외로움 이란 내가 매일 먹는 물과 같다'는 구절이 가슴을 울린다. 

세상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일, 앞날을 알수 없어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때에 이런 책은 도움이 될 것은 느낌이다.


정호승의 새벽편지로 유명한 정호승작가의 이 책은 '새벽'을 닮았다.

콕 찝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안개가 걷히는 호수의 적막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십자가를 품고 가자 

2부 꽃에게 위안받다 

3부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4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내가 언젠가 이름을 바꾼다면 '호승'이라고 하리라고 다짐했었던 중학교 시간의 기억을 제외하면, 정호승은 그 유명세에 비해 나에겐 생소한 사람이다. 


들어본 적 없는 정호승의 새벽편지와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라는 책의 기억에 남는 표지 삽화정도가 기껏해야 나의 정호승작가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지만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다.


물론 이번에 정호승의 책도 처음 읽어보았다. 

다양한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진솔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종교적인 색채가 들어가 있는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수 있겠지만, 먹이 스민 화선지 같은 담백한 서술이 특히 나와 잘 맞는 듯 하다.


덧붙임


1. 시간을 쪼개쓴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개인 시간이 없다보니 당연히 책 읽은 시간도 줄었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니 나의 새로운 성향이 보인다. 소설이 읽고 싶고, 그것도 마음을 데워줄수 있는 그런 책을 보고 싶어진다.


2. 첫눈오는날 만나자고 할 사람이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감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일테니까


3. 박항률의 그림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좋은 화가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번개와 천둥이 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오만해질 수가 없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번개 치는 하늘을 보면 무섭다. 마치 잘 익은 수박이 칼을 대기만 해도 저절로 쫙 갈라지듯 하늘이 갈라진다. 하늘의 어디에 그런 강력한 빛줄기가 숨어 있다가 한순간에 내리치는지 절대자의 겉잡을 수 없는 분노의 눈길처럼 느껴진다. 번개가 칠 때마다 그 눈길이 죄 많은 내 가슴을 향해 내리치는 것 같아 두렵다. 그동안 지은 죄를 한순간에 뉘우친다. 만일 번개가 치지 않고 벼락이 치지 않는다면 나는 또 얼마나 오만해질 것인가


오직 책 읽기만을 한지 6개월쯤 지나자 조직에서 일탈되었다는 감정에서 오는 불안이나 두려움에서 차차 벗아날 수 있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자유를 나만의 평화와 함께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공선생은 언젠가 나에게 "책을 내도 헌책방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생명이 긴 책을 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헌책방의 서가에 꽃힐 수 있는 책이야 말로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라야만 헌책방에 꽂힐 수 있다. 그럴 정도의 책이 아니면 아예 내지를 마라. 내 인생도 헌책의 생애처럼 헌책방 서가에 마지막까지 꽂힐 수 있는 그런 부끄럼 없는 인생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멀건 죽물에/ 쌀알이 얼마나 섞인다고/ 어머니는 매끼마다/ 쌀 다섯알씩 절약하셨네// 알알이 모아지고/ 한 줌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밥을 지으셨네/ 나에게 생일 밥 차려주셨네// 더운밥 목메어 세어보니/ 어머니가 그동안 못 드셨던/ 450개 밥알이었네                       - 밥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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