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 잘사는 나라에서 당신은 왜 가난한가
정대영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경제의 미필적고의

(한국경제의 딜레마)

 

미필적고의 [未必的 故意, dolus eventualis]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

 

한국경제의 미필적고의는 근래 들어 읽을 책중에 상당히 좋은 책중에 하나이다.

 

책 제목은 좀 딱딱하지만, 내용은 아주 흥미롭다. 

한국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한국경제의 음지를 다루고 있다. 성장우선주의 정책의 폐혜, 대기업과 중소기업문제고용불안과 청년실업 그리고 부동산 정책등 한국경제의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통찰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은행에서 오랫동안 거시경제에 대해서 연구해온 저자이기에 한국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메리트는 독창적이고 통찰력있는 사고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의 중요이슈들을 대부분이 알고 있고 공감하고 있는 바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독창적인 시각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저자는 많지 않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 누가 진정한 성장론자인가

제2장 일자리 부족은 투자 부진 때문인가

제3장 대형화와 주인 만들기로 금융산업은 발전할 것인가

제4장 두 번의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제5장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방안은 없는가

 

이 책은 한국경제의 문제점만을 짚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거시경제에 대한 화두이니 만큼 일반적인 국민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정책을 집행하는 위정자들이 일독해야 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위정자들이 아닌 일반독자들이 읽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성장했고, 그 성장의 방식에 따른 필연적인 문제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있게 일독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국민경제에서 성장, 안정, 분배에는 각각 버릴 수 없는 가치와 역할이 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는 식의 논의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중에서 어느 색이 더 좋은가 하는 논쟁과 비슷하다.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에 따라 성장, 안정, 분배 중 어느 하나를 일시적으로 좀 더 강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세가지는 모두 중요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종합해보면, 일반적으로 성장론자라 부르는 이들이 주장하는 금리인하, 환율인상 등의 정책으로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잘못하면 오히려 국민경제에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성장론자라면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거시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성장의 결정 요인인 자본 총량과 가용 노동량 확대, 기술혁신을 위한 법과 제도, 관행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그동안 자국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되었는데도 계속해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성장도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평균 성장률이 독일과 일본보다 훨씬 높았지만, 원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흑지와 적자가 반복되고 금융위기도 겪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국이 앞으로도 10년 만에 물가를 몇 배씩 올리고 환율을 2,000원, 3,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식의 경제정책을 택한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더욱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소득분배구조를 왜곡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포률리즘이 번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공공보율시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준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을 높임으로써 노동가능인구가 늘어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길게 보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업훈련시설이나 생활체육시설도 그 자체의 고용 효과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이러한 시설은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므로, 국민 생활의 질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기업과 가계 부문 내부에서의 양극화보다 더 구조적인 것은 기업 부문과 가계 부문 간의 성장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부문은 부문 내에서 양극화가 있어도 전체로는 구조조정의 혜택 등으로 성장이 빨랐다. 기업 부분은 2000년 이후 2010년가지 연평균 경제 성장률 4.6%보다 2배 이상 빠른 9.2%의 소득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임금소득자와 소규모 자영업자로 구성된 가계 부문 소득은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연평균 3.6% 증가에 그쳤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첫번째이자 가장 큰 해악은 한국사회의 공정성, 즉 경제정의를 크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땀 흘려 일하고 꾸준히 저축한 사람보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거나 물려받은 부동산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기가 훨씬 쉬웠다. 기업도 사업을 잘해서 얻은 수익보다 공장 터에 아파트를 지어 판 수익이 더 큰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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