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
강이라 외 지음 / 득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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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강이라 선생님께

선생님의 소설 우리의 공갈 젖꼭지 나무』 를 방금 다 읽었어요.

이 소설이 한 일 년 동안 잊고 있던 저의 흡연 욕구를 깨웠네요.

방금 아파트 1층에 내려가 멀리 나무를 보며 더 멀리 연기를 내뿜고 왔어요.

세상 아무리 기죽은 사람이라도 담배만 물려주면 고개를 들게 돼 있어. 담배 연기를 멀리 내뿜으려면 고개를 일단 들어야 하거든. 근데 이상한 게, 그게 위로가 된다.” 이 문장을 읽다가 미친 듯이 뛰어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입에 물었어요. 저도 고개를 들고 내 속에 묻어서 썩고 있는 패배감 같은 형태의 비슷한 걸 뱉어내고 싶었나 봐요.

소설 속에서 여성의 흡연 문제는 이제는 우리 문단 문학에서는 해결이 되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어요. 수험생, 소녀 가장, 삶이 부과하는 힘듦 속에서 시달리는 사람들…….

가난한 가정 속에서 자란 우리는 자본주의적 질주 속에 무언가 되어야 하고 또 되어야 하는 고단한 모습이 나이를 떠나서 무언가도 쉽게 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서 쉽게 동감이 되었어요.

부유한 가정에서 잘난 형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한솔과 임용고시에 떨어질 여유조차 없이 반드시 붙어야 하는 다정과 그런 다정의 흡연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버지, 꽁초를 버려도 된다고 내가 버려주겠다고 하는 아버지의 심심한 위로가 마음을 다독이네요.

오랜만에 피운 연기로 속이 울렁거려서 힘드네요. 역시 담배는 저랑 안 맞나 봐요. 그런 안 맞는 담배를 피워대던 시절의 제가 떠오르고 현재의 힘듦 또한 끌어안고 일상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라고 밀어주는 힘이 소설 속에 문장으로 오롯이 있네요.

공갈 젖꼭지 나무와 어른이 되어서 입에 물었던 담배를 아이가 커서 아름드리나무에 공갈 젖꼭지를 나무에 달아서 띄워 보내듯 저도 다시 샀던 담배를 버리러 가야겠어요.

능력을 키워서 엘리트가 되고 부의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우리가 딛고 선 이 땅 위의 공기를 너무나 짙게 오염시킬수록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신을 위로해줄 공갈 젖꼭지로 손을 내밀고 싶어져요. 그러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그려준 것 만으로 이 소설은 그 누구에겐가 가닿아서 다정한 이름을 불러주는 바람이 될 수 있겠지요.

강이라 샘, 소설 잘 읽었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잘 크지 못하는 어른아이도 샘의 마음속 응원을 받아들여서 아이를 보내고 say-good-bye 하기를 바라봅니다.

건필하세요.

공갈 젖꼭지를 나무에 매달며 ‘Say good-bye‘ 로 작별을 고하던 아이는 늦되지 않고 잘 자라고 있을까. 그 아이는 어쩌면 다정, 자신일지도 몰랐다. 다 커서까지 엄마 젖가슴을 더듬는 자신이, 어릴 적 그 공갈 젖꼭지를 찾아 나무에 걸어준다면 자신 또한 더는 늦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다정은 궁금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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