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독서모임 선정도서였다. 최근 4월에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어서 사기가 꺼려졌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독서모임 날짜가 다가왔고 책을 읽지 못해서 참석을 못했고 한참 후에야 예약차례가 와서 천천히 곱씹으며읽었다.

다 읽고 난 뒤에는 묵직한 슬픔이 남았다.

  해마다 벚꽃이 피면 카톡대문에 이런 문구를 걸었다.

"당신이 따뜻해서 올해도 벚꽃이 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당신의 따뜻함을 느꼈다기 보다는 누군지 잘 모르는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은 늘 내 어깨에 얹혀 있었고 옅은 분홍빛 꽃잎을 보면서 찬란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 또한 고백한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평생 갈망해왔던 그 무엇이 있었노라고, 기억을 가능한 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때부터 마치 누군가가 저 몰래 제 어깨에 앉아 "집으로 돌아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고.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갈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에 이 질문에 대한 최고의 답변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게서 나왔습니다. 에크하르트는 14세가 초 독일에서 활동했던 사제인데, 깨달음을 얻은 이로 널리 알려졌지요.

하루는 주일 설교가 끝난 뒤 나이 지긋한 신도가 에크하르트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당신은 분명히 하나님을 만났죠. 나도 당신처럼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런데 내 기억력이 흐려지고 있으니 아주 간결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예, 아주 간단합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만난 식으로 하나님을 만나려면, 누가 당신의 눈을 통해 내다보는지 온전히 이해하면 됩니다."

  저자는 루게릭을 진단받고 폐가 굳어져서 곧 호흡곤란으로 힘들게 죽어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에는 평생을 사이좋게 지낸 친구로서 자신의 육신과 영혼과 정신을 대하는 다정함이 묻어난다.

  미래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과 불안감으로 스스로 세상과 싸워야 된다고 믿지 말라고 가끔은 폭풍같은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될 우리에게 말을 해준다. 

  숨을 거둘날이 오면, 그날이 언제든 저더러 싸우라 하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제가 다 내려놓을 수 있도록 어떻게는 도와주길 바랍니다. 제 곁을 지키며 다 괸찮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엘리사베트, 그때 아직 내 곁에 누워 있지 않다면 얼른 침대에 올라와서 나를 안아주구려, 그리고 내 눈을 바라봐요, 내가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게 당신의 눈이었으면 좋겠소.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북받치는 감정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비욘 나티고 린데블라드가 사랑하는 엘리사베트의 두 눈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이해했듯, 나 또한 해마다 벚꽃이 피고,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고 애타던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꼭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한 감정, 외로웠던 기다림의 대상이 내가 감사했던 온전한 세상, 내 두 눈에 맺힌 당신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만 모르던 비밀이야기처럼.


  혹시 읽어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천천히 정말 아껴서 하루에 두 페이지 정도씩 읽기를 권한다. 아름다운 생각과 영감으로 가득한 책이 다정한 목소리를 통해 당신 삶을 껴안아주기를,

우리는 걸핏하면 삶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우리가 계획한 방식대로 마땅히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막연한 관념과 의지대로 삶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극히 무지하다는 것을 이해할 때, 지혜가 싹틉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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