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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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누아 아체베님께 띄우는 편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안녕하세요? 아체베님이 우려하신 것처럼 전 이 소설을 읽고도 별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마지막에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인의 자살에 대한 얘기, 인류사, 풍속사의 건조한 문서로 기억에 남으리라는 예상도 맞았어요.
하지만 말이예요, 그래도 한국도 나이지리아처럼 식민지를 36년간 겪었거든요. 그런 경험에서 아체베님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얘기는 제게도 동일한 울림을 전달했어요.

먼저 한국의 출판시장은 여러나라의 문학이 소개된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로 된 출판시장은 한국이 유일하거든요.
영어는 물론이고 일어, 중국어, 유교문화권(대만, 홍콩),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하지만 역시나 아프리카 문학은 찾기가 어려워요. 아체베님도 영어로 쓰셨고 그 속에 이보족의 언어를 고유명사처럼 일부러 끼어넣으셨던 거죠?

1958년 나이지리아가 약 60년을 영국지배하에 있다가 독립을 약속받고 자주국을 준비하던 희망찬 시기에 27,8살의 패기넘치던 아체베님은 자국의 문화와 관습, 잊혀진 공동체 부락문화와 속담, 우화를 살리고 싶어하신 의도가 읽혔어요.
남자다운 남자. 아홉부족이 모여서 씨름대회를 했을 때 우승을 차지한 오콩코에 대한 자수성가는 재미있게 읽었구요. 하지만 양가적인 감정을 아체베님도 느꼈던 거죠?
바다와 큰 강이 있는 서구유럽이나 이집트처럼 새로운 문물이 쉽게 드나들 수도 없고 200여개가 넘는 언어와 부족들이 산맥과 사막, 건널수 없는 땅에 가로막혀 폐쇄적인 사회를 이루던 이 사회가 정말 외세침략이 없었다면 자국이 가진 것 만으로 질높은 성장과 문화를 이루었겠느냐 하는 의심말이예요.

모든 것에 있어서 남성적인 힘과 남성적 특성을 위계의 가장 높은 서열에 두는 문화,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채 내려오는 금기와 관습등이 쌍둥이를 낳으면 불길하다 하여 내다버리고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채 자라지 못하고 일찍 죽으면 죽은 아이의 혼이 들어왔다고 하여 유아의 시체를 훼손하는 행위, 주술사와 조상의 혼령들이 법을 집행하고 장례식때 총과 포탄을 쏘는 행위등 작가의 냉정한 시선에서 미개한 풍속이지 않을까하는 의심도 읽혔어요.

한국의 끄트머리 남쪽에 사는 저도 늘 우려해요.
언제까지 서구유럽이나 미국 위주의 학문과 문학에 목을 빼고 따라가려고 종종 걸음을 쳐야 되는지? 어쩔 때는 아무것도 머리 속에 넣고 싶지 않다가도 세계화니 역사니 그런 의미를 되새겨요.
마무리가 안되네요.
아체베님이 글 서두에 쓴 예이츠의 시를 저도 따라 읽으며 이 편지를 마무리할께요. 제가 생각이 좀 더 익으면 그 때 다시 찾아올께요. 그럼 안녕히.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나가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
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헤쳐진다.

-W.B 예이츠 <재림>

백인이 땅에 대한 우리의 관습을 알기나 하는가?
우리말조차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알겠나. 그런데도 백인은 우리의 관습이 나쁘다고 말하네. 게다가 백인의 종교를 받아들인 우리 형제들마저 우리의 관습이 나쁘다고 말한다네. 우리 형제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는데 어떻게 우리가 싸울 수 있겠는가? 백인은 대단히 영리하네. 종교를 가지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어왔네. 우리는 그의 바보짓을 즐기면서 여기에 머물도록 했네. 이제 그가 우리 형제들을 손에 넣었고, 우리부족은 더 이상 하나로 뭉쳐 행동하지 않네. 그가 우리를 함께 묶어 두었던 것들에 칼을 꽂으니 우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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