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한 편 한 편 읽는다.

요리레시피를 보고 한 편의 요리를 만들 듯

<<싱고, 라고 불렀다>>라는 시집을 읽으면 전혀 생판 모르던 한 사람의 굽은 어깨가, 무거운 한숨이, 오지 않을 애인을 기다리며 동전도 집어 넣지 않고 공중전화기를 들어 자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화자들이 지나간다.

 

 

예전에도 시를 보았겠지만 시가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아픔에 좀더 민감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난 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겠느냐마는

거창한 이유도 없이 꼬박꼬박 밥 먹고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청하는데 지쳐버렸던 즈음에서야, 시가 읽힌다.

남의 아픔은 이해하거나 동감하기가 어려워서 아니 쳐다보는 게 무섭고 무거워서 시 같이 개인적인 서술을 애써 피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들이 정답게 말을 건넨다.

위로가 되는 시는 스케치북에 한 편 한 편 옮겨쓰기도 한다.

 

며칠 째 해무에 뒤덮인 뿌연 눈 먼 도시같은 하루를 보내고 답답해서 걸으니 바람이 손님맞이하듯 온 몸으로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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