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3일 쓴 글이다.

역시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저 없이 이 책을 사야겠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를 읽고

이 소설은 미국과 영국이 사랑하는 필립 말로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챈들러의 후기 대작이다. 그렇게 소개하는 글을 읽고 이 책을 집었다.

영화, 드라마는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책은 구태여 추리소설을 집어 들지 않은 나에게 이 소설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8번 이상 읽었다는 말에 더욱 그 매력이 궁금했다.

다음은 내가 꼽은 이 소설은 매력사항이다.

 

처음에는 소설의 문체에 반했다.

그 다음 손님은 그다진 늙진 않았지만 그다지 젊지도 않았고 그다지 깨끗하지도 않았지만 너무 더럽지도 않은, 확실히 가난하고 초라하며 시비조의 얼굴을 한 어리석은 여자였다

 

우리는 개도 못 먹을 정도는 겨우 면한 수준의 햄버거를 만드는 드라이브 식당으로 갔다.”

 

그는 애견대회에 나온 개처럼 걸어보라고 한다. 그는 지쳤고 냉소적이지만 유능하다.”

    

 

 

와 같이 자연물이나 사물에 감정적 형용사를 부여하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묘사가 없다. 화가로 치면 색깔과 모양, 냄새까지도 붙잡고 예민한 촉감으로 사로잡아 화폭에 담는 작가인 셈이다. 아니 이러한 설명은 그의 문체에, 그의 작품에 너무 진부하다.

틀린 해설이다.

단지 레이먼드 챈들러는 그만의 문체로 그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사를 한다. 오직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문체, 그 자신을 보여주는 묘사방식이다. 누구랑도 닮지 않았다.

 

두 번째는 사건과 사건의 연결, 인물과 인물이 연결되는 상황에서 우연이나 대충 이어붙인 흔적이 없다. 체스 챔피언과 가상의 경기를 복기하는 게임을 즐기는 필립 말로의 특징처럼 저자 또한 사건과 인물의 연결에 있어 필요 없는 장면은 넣지 않는다. 오로지 한편의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혹은 결말로 이끌기 위한 단서들로 이어질 뿐이다.

 

세 번째는 말로는 범죄와 욕망으로 들끓는 베버리힐즈나 미국 상류사회에서 유일하게 투명하고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투명하다는 표현은 저자의 모든 행동과 말은 위트나 유머 속에 감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저자만의 가치관, 판단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관객의 예측대로 따라가므로 투명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정의롭다는 점은 현실 세계의 권력관계나 힘의 관계에 그의 저울추가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에게 마땅히 가치를 부여해야 할 점은 인간본연의 인간성이다.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그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진한 우정을 준다.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한번 우정을 맺은 상대에게는 이렇게 까지,..,’ 할 정도로 끝까지 보살펴 주는 것이다.

 

 

 

네 번째는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 가치관이다.

 

법은 정의가 아니오. 아주 불완전한 메커니즘이지. 정확히 맞는 단추를 누르거나 운이 좋다면 대답으로 정의가 나타날 수도 있소. 하지만 모든 법이 의도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목적에 이르는 절차일 뿐이지. ...”

 

감옥에서는 인간의 개성이 없어진다. 처리해버려야 할 사소한 문제로 전락하여 보고서의 몇 가지 항목을 기입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

    

 

 

하드보일드(hardboiled)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소설에서는 비정한, 감상적이 아닌, 현실적인, 완고한 이란 뜻이다.

하드보일드 문체의 대가란 말은 이러한 문체를 씀으로써 현실을 더욱 잘 드러내는 작가에게 붙이는 찬사일 것이다.

 

어쨌든 620페이지가 넘는 많으면 많다고도 할 수 있는 장편소설을 전혀 지루함 없이 엄청난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나중엔 소설이 빨아들이는 스피드에 내가 질질 끌려갈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책장을 그다음, 다음, , 또 책장을 넘기니 마지막에 다다랐다.

 

내가 좀 더 젊었다면 이 소설을 더욱 좋아했을 거다. 하지만 나이가 좀 들게 되면 이렇게 흡입력이 강한 소설은 왠지 덜 좋아하게 된다. 재미보다는 오히려 불편한 독서에서 더욱 자극을 느끼게 되는 상태로 바뀌어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읽었던 추리소설, 문학작품 중 비교할 수 없이 훌륭했다는 말은 꼭 붙여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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