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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버리기 - 초등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송주현 지음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평점 :
30년 넘게 초등교사로 일한 저자가 아이의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포착해서 쓴 에세이다.
저자는 내가 아이를 키우며 만나온 책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교사들 과는 좀 다르다.
이상하다고 할지, 특이하다고 할지.
아이들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하는 적이 거의 없다. 도리어 물어보거나 장난을 치거나 틀린 대답을 말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답답해서 책도 찾아보고 윗학년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자기 대답을 찾아간다.
아이들은 서로 보고 배우고 공부만 잘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부모 말을 잘 듣는 친구의 말하지 못한 어려움을 알아주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야기까지.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고, 양육자로서 배울 이야기도 있으나, 마음 한 편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도 아이를 키우며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하나의 삶이 나에게 왔고 성인이 될 때 까지 잘 키워야 할텐데.
한 사람을 키우는 건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되는 건 아니라서.
그래도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건, ‘이기적인 아이 만들기’와 ‘똑똑한 건 끝까지 잘 듣는거야’ 챕터다.
올해 9살인 아이는 발표도 곧잘 하고 단짝이 있진 않지만 학교나 학원에선 그런대로 어울린다.
다만 별로 하고 싶지 않거나 원하지 않을 때도 대답을 못할 때가 있어서 걱정이 되더라.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색, 음악 부터 물론 지금도 식사 메뉴나 여러 가지 물어보고 결정하지만 조금 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도 잘 안되는 ‘잘 듣기’ 아이는 요즘 말이 늘어 무슨 얘기라도 그냥 수긍하는 법이 없다. 그런 나이긴 하지만 가끔 문제를 풀 때나 내 말을 끝까지 안 들을 때가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좀 어려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듣는 게 우선이라는 걸 강조해야겠다고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초등 전 학년을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게 아닐까. 나이 먹어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며
때론 다투고 아프고 힘들지라도, 양육자에게 중요한 건 ‘기다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가슴에 새긴다.
문제집 푸는 것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답답해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는 무럭 무럭 자라고 있다는 걸.
지금도 자라느라 애쓰는 친구들과 자랐지만 또 배우는 어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