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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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모임에서 선정돼서 읽고 두번째다. 

온라인 모임이 있어 좋아하는 책이니 읽고 얘기나누고 싶었다. 

그때 읽고 조지 오웰 책 다 읽어야지 했는데… 재독하고 또 결심한다. 꼭 다른 책도 읽어야지. 


결말을 다 알고 봐서 어떨까 싶었는데, 알고 보는데도 조마조마하고 화도 나고 슬펐다. 

작가가 전체주의를 비판하려고 썼고, 빅 브라더 라는 말도 유명하지만 안 읽어봤다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을 때는 언어에 집중해서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국가는 ‘새말’을 만들어, 기존에 쓰던 언어를 대폭 줄인다. 

예를 들어, 좋다의 반대말인 나쁘다 도 없애버린다. 왜냐하면 좋다는 안 좋다라는 말로 얘기하면 되기 때문에. 

과거를 계속 수정하고 증거를 없애는 건 지금 한국사에서 민주화나, 위안부 등 내용을 없애는 것과 다름 없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쉬운 말만 쓰면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잘난 척하려고 어려운 말을 쓰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써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도 정부는 자유주의를 외치며 자기 책임 아니라 도망가고 

투쟁하며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혐오하라 조장한다. 


그래서 지치고 다 관두고 싶지만 그게 기득권이 노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엔딩을 보면 우린 좌절할 수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하지만 그게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항상 생각하라고. 


이 책을 계속 읽는 세상이 좋은 세상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또 읽고 생각하고 써야 한다. 

문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다 의미있는 책. 

잠시 멈췄던 오웰의 장미도 이어서 읽고 읽은 동물농장 말고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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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교수의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
배정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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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성교육은 이 책 한 권이면 끝! 

추천합니다! 


배정원 교수가 나온 유퀴즈 방송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항상 3초 만에 수강 신청이 마감돼서 듣기 어렵다는 ‘성과 문화’ 수업.

 소개만 들어도 ‘와 학생들 좋겠다. ‘ 부러울 정도로 듣고 싶은 수업이었다. 

그 수업이 청소년 버전 책으로 나왔다니. 궁금했던 차에 운 좋게 서평단으로 빨리 읽었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책을 좀 보던 나는 처음엔 책을 금방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도서관에서 봐서 괜히 뒤에 누가 지나가나 신경 쓰이더라. 

예상 보다 남녀 성기나 피임법이 자세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청소년들은 어떨지. 아무리 궁금하거나 곤란한 상황이어도 누구에게 물어보기 힘들 수 있는데…


다 크면 알게 될 거다 라는 얘기만 듣고 자랐지만, 아이를 키우며 그런 방식은 옳지 않다는 걸 알았다. 

잘못된 성지식이나 편견을 가지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그 전에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양육자라면 모두 다 공감할 거다. 


이 책은 궁금하거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참고할 정보가 꽉 차 있다. 

몸의 변화, 남녀 성기, 월경, 포경수술을 해야 할지 신체 변화 부터 마음의 변화, 연애, 임신 출산까지. 

나도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상담할 수 있는 기관 정보까지. 백과사전처럼 모든 게 담겼다. 

마음 변화를 다룰 때 사랑을 하고 연애할 때 어떻게 상대방을 대하는지 좋은 이별은 어떤 건지 나오는데, 20대가 읽어도 도움을 얻을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성교육을 피임에 맞춰 배웠지만 성교육의 시작은 나와 남을 존중하는 거다. 

그것이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성교육이며, 이 세상에 나는 유일하며, 남도 그렇다는 것. 그 가치관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공부보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요즘 궁금하면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먼저 찾는 시대지만 이런 좋은 책 한 권만큼 값지진 않다. 

나도 읽고 마음에 새기고 아이를 대할 때 생각하고, 아이가 크면 꼭 읽으라 권할 거다. 

육아의 목표는 온전한 독립이라는 걸 오늘도 새기며, 청소년 성교육은 이 책으로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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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 가르치며 배우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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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교실’이 가능할까? 책 소개를 읽고 알고 싶다며 서평단을 신청하면서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추천사에도 나오지만 나도 잘못하면 맞아야 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당연히 편애하던 교실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은 체벌도 안되고 선생의 권위를 지키기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대이다. 

이 세상 모든게 안 좋아지는 거 같은 절망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의문은 놀람과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실천하는 저자들이 자신이 어떻게 실천했는지 경험담을 기록해서 하나로 묶었다.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란 서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나와있다. 

‘내가 이해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어떤 거대하고 확고한 이론이 존재하는 학문 분야라기 보다는,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어떻게 잘 가르쳐볼지를 끝없이 고민하는 

연구자.교육자 페미니스트들의 이론적 연구와 교육적 실천의 집합체였다.’ P.6


이들은 처음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에 관련된 논문과 글,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다가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고 실천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실과 음악교실, 대학생 수업, 일본 대학생 이야기까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들려준 여덟 명의 목소리는 어느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 소중하고 와 닿았다. 

아무래도 초등 자녀를 키우다 보니, 초등학교 이야기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저자들이 다 담을 순 없었겠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는 예상했음에도 놀라고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의 잘못이지만, 가부장제와 남녀를 편 가르는 이야기에 물들어 있었고, 다문화라 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선생인 저자들의 고민은 깊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되도록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게임 규칙을 바꾸고 익명으로 이야기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본다. 

짱구를 통해 돌봄 노동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고, 음악 수업에서 노래 가사를 분석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분석한다. 

대학 강의에선 초반에 부정적이고 무시하는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참여하기 위해 세세하게 방침을 세우고 노력하는 모습 등. 평등한 교실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지만

또 가능하다는 배운 시간이었다. 


교육 종사자 분들에게도 추천하지만 양육자들. 되도록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난 아직 이런 연대를 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을 찾지 못했는데 이분들은 그걸 찾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리고 힌트를 얻기도 했다. 양육자이면서 사회에 관심 많고 공부하는 분들과 함께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 희망을 선물해준 책을 기획한 페페연구소 분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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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2023-02-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중한 피드백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저자들이 온라인 북토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살펴보시고 시간 되시면 참여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우연히 읽어보고 너무 감사해서 남깁니다. https://www.instagram.com/p/Cn5yGiwPEtN/?utm_source=ig_web_copy_link
혹시 링크 안열리면 동녘, 페페연구소 인스타 및 페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솔빛시인 2023-03-10 21:03   좋아요 0 | URL
이제야 댓글을 확인했네요.. 안 그래도 이 북토크 참여했었고, 그 시간 너무 좋았습니다. 아이 재우느라 끝까지 참여 못한게 아쉬웠는데. 다시 한 번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요. 앞으로 활동도 응원합니다.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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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런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꼭 십대가 된 것 마냥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을 꼭 움켜쥐었다가, 한숨 쉬다 웃다 코끝이 찡해졌다. 

아이 밥 준비하다가도 잠깐 틈나는 시간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재미와 감동까지. 

책갈피에 있는 찬사가 괜한 찬사가 아니었다. 


제목의 아래층 소녀는 조 콴 이란 이름의 중국인 열일곱살 소녀다. 

그는 모자 디자인을 하고 싶단 꿈이 있었으나, 결국 모자 가게 에서 잘리고 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 자랐던 페인씨 집 하녀로 다시 들어간다. 

자신을 돌봐주는 올드 진, 친구인 같이 일하는 노에미 등이 있으나 조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는다.

옳은 말은 못 참고,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알고 하는 소녀. 그가 몰래 ‘스위티’라는 가명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그 칼럼이 유명해지며

예기치 않던 일이 벌어진다. 과연 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작가인 스테이시 리는 중국계 미국인 4세로, 역사 배경, 판타지적인 요소를 포함한 소설을 잘 쓴다고 한다. 

이 작품이 첫 번역작이라 다른 작품들은 모르지만 이 책만 봐도 훌륭한 작가라고 느꼈다. 

1890년 여성 참정권 운동이 펼쳐지는 미국 애틀란타를 배경으로 인종 차별, 성 차별 등을 재밌지만 가볍지 않게 그리며 

캐릭터와 이야기, 문장 등이 재미있으면서 호흡 조절도 좋고 마지막 감동까지 다 잡았다. 

중간 중간 언어유희, 재치있는 문장도 보이는데 원서로 읽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와 네이선의 로맨스도 좋고, 요란스럽지 않고 숨기지만 숨길 수 없는 감정 묘사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 점에선 루이자 메이 올컷이나 제인 오스틴이 생각나기도 했다. 

중국인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 시대의 부조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 점이 결말에 이르러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즘 여성 서사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서 좋은데, 이 책도 그런 의미로 청소년들이, 특히 여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자녀나 조카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십대 시절로 돌아가 그때 명작 소설을 읽고 잠 못 이루던 생각이 나서 고맙고 행복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나오면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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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먹는 기분 - 정은 산문집
정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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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작가가 이전에 냈던 독립출판으로 나왔던 여행기가 새로 다듬어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왔다. 

네개의 챕터로 나눠져 보통 책 판형보다 길쭉하고 사진이 먼저 열장 내외 나오고 뒤에 글이 나온다. 

진회색 표지에 내용이 연상되는 선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그림이 책과 잘 어울린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지만 사진을 먼저 보고 여행을 간 것처럼 그 기분을 미리 느끼고 글을 읽는 구성이 좋았다. 

글을 읽으며 앞으로 돌아가 사진을 확인하며, 독자도 작가가 앞서간 발걸음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책 내용은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 여행, 외국의 도시들, 그리고 한국에서 이야기다. 

마지막 한국에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꼭 여행을 떠났다 착륙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좋지만, 미국 대도시에서 느낀 계급의 차이나, 한국에서 일도 많이 와 닿았다. 빛과 그림자 처럼 살아남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벗어나는 여행이 공존하니까.


작가는 일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야 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여행가기 어려운 시기이다. 이 책은 그 여행을 대신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가워 할 책이다. 이젠 예전만큼 여러 이유로 여행을 맘 놓고 다니긴 힘들지만, 이 책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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