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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평점 :
<양손에 토카레프>는 #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 로 알려진 브래디 미카코 작가의 첫 소설이다.
표지를 봐도 짐작되지만 미아라는 소녀와 우리나라에는 영화 #박열 로 알려진 #가네코후미코가 100년의 시간을 넘어
책을 매개로 만난다.
‘미아는 배가 고팠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미아를 정확히 보여 준다. 멋 내려고 입은 짧은 교복치마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입은 옷,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초등학생인 남동생 찰리도 돌봐야 한다.
둘에겐 엄마가 있지만 몸과 마음이 아프다. 1년 전부터는 오던 사회복지사의 도움도 끊겼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에서 일하는 조이는 미아와 찰리를 도와주는 유일한 어른이다.
그리고 미아는 자신과 처지과 비슷해 보이는 가네코 후미코를 책을 통해 만난다.
작년에 브래디 미카코 전작읽기 모임을 할 정도로 작가를 좋아하고 신작을 기다렸지만 소설이라니 반가움도 잠시, 걱정도 들었다.
좋아하니까 실망하기 싫은 독자의 마음이었다. 그건 기우였다.
이 소설은 브래디 미카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 보는 소설 문법을 벗어난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을 생각나는 전개에, 소설의 많은 분량은 우리나라에도 #산지니출판사 에서 나온 가네코 후미코의 수기가 차지하고 있다.
그 수기의 내용과 미아의 이야기가 서로 주고 받는 시너지가 좋았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 곳곳에 작가의 전작들이 보인다. 랩을 하는 친구가 나오는 얘기나 카페에서 일하는 조이에서 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히려 작품성이 높은 (이 소설이 낮다는 게 아니라 ) 소설을 쓰려고 했다면,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감히 생각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확실했다.
#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 를 읽고 아들이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말에 이 소설을 기획했던 대로, 작가는 전작들 이면의 얘기를 담았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에 절절이 공감하고 몇 몇 문장은 가슴에 남아 눈물이 났다.
그건 나도 그런 아이였던 시절이 있기 때문일 거다. 그땐 나도 책으로 도피했다. 책이 있어 살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미아와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에 어린 나를 떠올리며 그들을 다 마음으로 안아주었다.
책의 마지막 문장 대로 우리가 도망칠 곳은 없다.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아주 조그만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땐 아이들이 든 토카레프를 같이 들어야지. 아니, 내가 들어야지. 어른들이 해야지.
나를 있게 해준 좋은 어른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