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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과는 없다 ㅣ VivaVivo (비바비보) 46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6월
평점 :
나이 먹을수록 사과가 어렵다. 내가 억울한 것만 먼저 생각난다. 그러다 시기를 놓치기 쉽다. 요즘 제대로 된 사과가 가능한가 의문이 들었기에 이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는 청소년 소설로, 뜨인돌 비바비보 시리즈 46번째 책이다. 어렸을 때 단짝이었던 지민과 지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요즘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할 학교 폭력, 따돌림이 나온다. 어쩌면 서로 오해가 없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지민, 다온, 리하. 지민은 자신의 말을 그들이 오해했다는 걸 알지만 숨기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
어른인 나도 조마조마할만큼 지민아, 말해야 해 라고 속으로 말했지만 과연 나도 그 입장이었으면 진실을 밝혔을까 싶다. 보통 폭력이 일어난 상황을 다루는 여타 소설과 달리 이 책은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쩌면 빛이 닿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매일 신문에서 안타까운 사고나 사건을 접하지만 우린 그 후의 상황은 보통 알지 못한다. 우리가 순간 마음 아파해도 피해자는 평생 괴로운 일이다.
지민이의 사과와 그 사과를 대하는 다온과 리하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어른이라 미안했다. 그 사건 만을 보는 게 아니라 주변인과 관계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결국 그 이야기가 실처럼 연결되어있다는 걸 보면, 우린 우리 앞의 일을 방관하며 살 수 없다.
제목대로 완벽한 사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린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해야한다는 걸 이 책은 알려준다. 요즘 청소년 소설, 동화등을 읽으며 우리나라에 참 좋은 작가들과 책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계속 좋은 이야기가 나올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친구가 있었다. 10살때 나에게 계란후라이를 직접 해서 대접했던 얼굴이 맑았던 아이. 책에서 지민과 지호처럼 우린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 친구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고 인기도 많았기에, 한 두 친구와 놀던 나와는 달랐다. 중학교 가서 선생님께 혼나는 걸 멀리서 보며 맘이 안 좋기도 했는데, 소식을 몰라 어찌 사는지 모르지만 그냥 건강하게만 잘 있길. 그런 맘을 들게 해 준 이 책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