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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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 <오늘도 구르는 중> 을 잘 읽어서 신작 소식이 반가웠다. 

일정이 있어 도서전에서 작가님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서평단으로 이 책을 만나 기뻤다. 


<의심 없는 마음>은 뇌병변 장애인이자, 유튜버, 대학생인 김지우 작가의 여행기다. 

유럽과 호주를 여행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받고 분량이 적은 거 같아 처음엔 아쉬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곱씹는 시간이 길었다. 

단순한 여행기라고 하기엔 작가가 겪었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컷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해 듣기로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이 장애인도 여행 다니기 나을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도 사람사는 곳이고, 예상치 못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약했던 일정이나 도움을 청한 사람이 제대로 오지 않기도 한다. 

저자도 당황하다 점차 적응하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유럽이나 호주나 인상적이었던 건 도움을 줄 때 먼저 물어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흔쾌히 가볍게 도와주고 떠난다. 당연한 일을 했고, 우리는 그렇게 도우며 살아간다는 듯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제목이 되기도 한 문장이 나오는 에피소드다. 

호주에서 잠시 시간이 나 서핑을 친구와 같이 갈 때 자신은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간 누구도 작가가 서핑을 안 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 서핑도, 다른 여행기도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 있으나 책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저자는 휠체어를 타고 간 여행을 통해 어느 때보다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을 좋아한다고 달라진 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유튜브를 통해 여행기를 알더라도 비하인드를 읽는 마음으로 작가를 모른다면, 또 새롭게 좋은 작가를 알게되는 책이다. 앞으로 다른 나라도 또 다른 도전도 계속 글로 남겨주길. 앞으로도 꾸준히 따라 읽으며 응원하겠다. 작가의 휠체어 바퀴가 나에게도 닿았듯, 내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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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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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매년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데 올해도 서평단으로 운 좋게 일찍 만났다. 


<나비 도감>은 지난 여름 방학에 놀러갔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누나를 그리워하는 강산의 이야기다. 

산은 왼쪽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낀다. 그 왼쪽 귀로 떠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목소리 따라 누나가 빌린 책, 물건, 누나의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쌓아간다. 


누나의 죽음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엄마와 놀러간 사고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와있고 자신은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산. 산은 누나가 하지 못한 걸 대신하기로 맘 먹는다. 같이 놀러 갔던 두나 누나와 서로 위로하다 오해가 쌓인다. 가족의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힘든 이야기를 작가는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누나의 죽음. 게다가 워터파크에서 놀러 갔다가 벌어진 사고. 한국인이라면 바로 생각나는 여러 사건 사고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쉽게 얘기하고 쉽게 누구의 잘못을 얘기한다. 하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지. 나비 도감은 그 마음을 들여다 본다. 


우리도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이별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얘기한다. 떠난 이는 우리 주변에 어떤 형태로든 같이 함께 한다고.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지. 

산이 누나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는 누나의 생일 파티는 그래서 감동이었다. 같이 읽은 아이도 그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이렇게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하고, 이전 작품인 스파클도 앞으로 나올 책도 챙겨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 책과 가족의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 몇 마디로 얘기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약한 나비의 날개짓으로 모여서 위로 받고 싶은 가족, 성인 독자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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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
근하 지음 / 여섯번째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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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 작가의 신작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를 읽었다. 

‘사랑하는 이모들’이 좋았고 언리밋에서 만난 단편들도 잘 따라 읽고 있어서 오랜만에 나온 작가의 창작 만화가 반가웠다. 


대구 출신인 시영은 그렇게 바라던 서울로 진학하지만 대학 생활은 만만치 않고 적응이 쉽지 않다. 

고3, 대학 신입생, 대학 마지막 학기, 직장생활 등을 5개 챕터로 나눠 보여 준다. 

스무살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가며 멀어지는 친구 사이, 새롭게 만나는 인연들, 실망하며 멀어지는 사람들. 

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대학을 입학하던 날, 첫 출근하던 날을 떠올렸다. 

집이 싫어서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었던 내가 보였다. 

서울로 가면 좋을 줄 알았는데 돈을 벌어 학교를 다녀야 해서 알바를 전전했고 

그래도 그 와중에 동아리도 하고 열심히 수업도 듣던 그런 날들. 

첫 출근에 한강을 건너며,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던 그런 순간. 


시영의 삶을 따라가며 한 숨 쉬고 응원하면서 마지막 장면에 웃음이 나왔다. 

시영이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서 그리는 작가님 작품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2,30대 들은 이 책으로 공감을 지나온 이들은 추억하며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춘을 

응원할 수 있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마음을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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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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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연구원으로 시작해 소설가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곽재식 작가의 신간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을 읽었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참여하면 못 읽어본 궁금했던 작가들 책도 만날 수 있어 좋다. 곽재식 작가의 단편은 몇 번 읽었으나, 온전히 한 권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는 엽편집이다. 엽편은 단편보다도 아주 짧은 소설을 말한다. 13편의 엽편은 인생이나 현실 문제를 풍자하거나 짧은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길이가 짧으니 부담없이 읽기 좋고, 소재나 주제가 분명하다. 특히 어려운 문체나 묘사를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런 책으로 소설을 시작해 보라 추천하고 싶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단편들은 표제작을 비롯해, <공수처 대 흡혈귀> , <소원의 정복자> , <해탈의 길>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 등을 들 수 있다. 표제작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해장국과 비행접시가 과연 어울릴 수 있는가? 의문이 들지만 이 엽편을 보면 이게 가능하구나 무릎을 치게 한다. 해장국을 끓이는 큰 솥을 보고 작가는 비행 접시를 떠올렸던 거다. 그러고 보니 솥이 뒤집어진게 비슷하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재밌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인상적이다. 


<공수처 대 흡혈귀 >마지막에 2021년 여의도에서라고 나오는 걸 보면 최근에 쓴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공수처 직원과 흡혈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꼭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거 같다. 우리나라에서 마늘을 많이 먹어 힘들고 십자가 많이 보인다는 흡혈귀 얘기에 웃음이 터지며 공수처가 왜 이런 일을 맡아 하는지 그 이유도 현실성 있다. 


<소원의 정복자>는 다른 엽편과 다른 성격의 소설이다. 가장 설명이 안된 부분이 많다고도 느꼈지만 그래서 좋기도 했다. 다 설명하는 것보다 독자가 추측하거나 각자 느끼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지만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장소가 소원을 비는 곳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여기서도 작가의 장기가 나온다. 우리는 보통 소원을 빌러 가지만, 그 소원을 빌어주는 능력을 없애달라고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이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나온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을 뒤짚는 것. 거기서 이 소설은 시작하고 또 두 남녀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재회하고 나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젠 그만 소원을 빌고 두 사람이 만나길 바란다. 


<해탈의 길>은 초반엔 내 마음에도 조금 평화가 찾아오는 듯 좋았다. 갑자기 전쟁도 싸움도 다툼도 멈춘 지구.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역시 그냥 평화롭게 끝낼 작가가 아니다.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의 말에 나도 수긍했다. 나이 먹을수록 공부도 하며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죄가 많은지 생각한다. 외계인이 볼 때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아프게 한 거니까. 언젠가는 인간들이 깨닫고 조금이나마 노력할 수 있을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들에 비해 분량도 길고 스펙터클 하다. 가면을 쓰면 원하는 동물로 바뀌고 파를 먹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돈을 벌던 주인공은 점점 다른 쪽으로 그 능력을 이용한다. 그가 영웅처럼 보일 때는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결말은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다. 


현실을 반영한 소설을 좋아하고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시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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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 빌런
존 스칼지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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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익히 들었으나 존 스칼지 작가의 책을 드디어 만났다. 요즘 서평단 신청을 거의 안 하고 있는데 작년에 신청한 서평단 연락이 왔고 이 책이 도착했다. 귀여운 수건 굿즈까지! (감사히 잘 쓰고 있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요즘 아프기도 했고 아이 방학이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틈틈이 자기 직전까지 읽고 일어나서도 궁금해서 이어서 읽을만큼 끝까지 재밌었다. 아이 키우면서 독서의 폭은 넓어졌지만 이전에 좋아했던 소설은 그만큼 집중할 시간이 안 나 못 읽을 때도 많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도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제이크 외삼촌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시작한다. 찰리는 일찍 이혼하고 헤라라는 고양이를 키우며 임시교사로 하루 하루 빠듯이 생활하고 있고, 자신의 집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전화 한통으로 찰리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바뀐다. 삼촌의 장례식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삼촌의 직원 모리슨의 전화. 그는 삼촌을 잘 알지 못하지만 도리로 생각하며 참석한 장례식. 하지만 거기엔 삼촌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삼촌은 적이 많은 슈퍼빌런이었다. 찰리를 노리는 적들은 그의 집을 폭탄으로 터트리고 외삼촌이 단순히 주차장 사업만을 하고 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사회 문제가 반영한 소설은 현실과 창작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긴 어렵다.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지만 문체나 내용이 아쉽거나, 사회 문제가 조사가 제대로 안 된 게 드러나, 이용하기만 하고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본다. 그런데 ‘스타터 빌런’은 작가가 현실과 문학 그리고 SF까지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사회를 비판하고 유머까지 잡아내는 소설이다. 


외삼촌이 관계되어 있던 협회는 지구 강대국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핵무기를 쓸 수 없지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상황. 돈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살인도, 여러 사건도) 자본주의 비판, 고양이와 고래 노조협상으로 보는 노사 문제 등 굉장히 머리 아픈 문제들을 가벼운 터치지만 무게가 있다. 또 내용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전개 돼서 독자는 흥미를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또,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고양이과 고래들은 이 책의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이 책에서 헤라는 사람처럼은 아니지만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다. (방법은 책으로 확인하길) 처음엔 단순히 동물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특히 헤라와 찰리가 하는 대화는 나올 때마다 피식 피식 웃으며 읽었다. 목숨을 구해준 답례로 준비한 해산물을 준비하고 헤라에게 찰리가 미안하다고 하니까. 난 야옹믹스를 인간 갑자칩처럼 좋아한다는 이야기같은 가벼운 유머도 있지만, 난 고양이므로 최악이라도 먹고 낮잠 잘 곳은 있다고 가끔은 인간이 아닌게 낫다는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분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독자가 또 얼마나 파고들어 읽느냐에 따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다 읽고 나니, 제목 ‘스타터 빌런’이 너무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삼촌의 죽음으로 빌런이 되기 시작한 또는 빌런 모임에 참가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진다. 끝까지 읽으면 소위 말하는 떡밥 회수도 제대로 한다. 찰리의 전 직업인 기자도, 고양이 헤라가 하고있는 사업도 무엇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원서를 비교한 건 아니지만 번역도 신경쓰셨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좋았다. 2024년에 라이언 레이놀즈가 영화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되고,  좋은 영화로 만날 수 있음 좋겠다. 배우보다도 고양이 헤라를 어떤 고양이가 할지 무척 기대된다. 오랜만에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고, 좋은 작가를 알아서 좋다. 이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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