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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평점 :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연구원으로 시작해 소설가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곽재식 작가의 신간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을 읽었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참여하면 못 읽어본 궁금했던 작가들 책도 만날 수 있어 좋다. 곽재식 작가의 단편은 몇 번 읽었으나, 온전히 한 권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는 엽편집이다. 엽편은 단편보다도 아주 짧은 소설을 말한다. 13편의 엽편은 인생이나 현실 문제를 풍자하거나 짧은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길이가 짧으니 부담없이 읽기 좋고, 소재나 주제가 분명하다. 특히 어려운 문체나 묘사를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런 책으로 소설을 시작해 보라 추천하고 싶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단편들은 표제작을 비롯해, <공수처 대 흡혈귀> , <소원의 정복자> , <해탈의 길>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 등을 들 수 있다. 표제작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해장국과 비행접시가 과연 어울릴 수 있는가? 의문이 들지만 이 엽편을 보면 이게 가능하구나 무릎을 치게 한다. 해장국을 끓이는 큰 솥을 보고 작가는 비행 접시를 떠올렸던 거다. 그러고 보니 솥이 뒤집어진게 비슷하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재밌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인상적이다.
<공수처 대 흡혈귀 >마지막에 2021년 여의도에서라고 나오는 걸 보면 최근에 쓴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공수처 직원과 흡혈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꼭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거 같다. 우리나라에서 마늘을 많이 먹어 힘들고 십자가 많이 보인다는 흡혈귀 얘기에 웃음이 터지며 공수처가 왜 이런 일을 맡아 하는지 그 이유도 현실성 있다.
<소원의 정복자>는 다른 엽편과 다른 성격의 소설이다. 가장 설명이 안된 부분이 많다고도 느꼈지만 그래서 좋기도 했다. 다 설명하는 것보다 독자가 추측하거나 각자 느끼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지만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장소가 소원을 비는 곳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여기서도 작가의 장기가 나온다. 우리는 보통 소원을 빌러 가지만, 그 소원을 빌어주는 능력을 없애달라고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이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나온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을 뒤짚는 것. 거기서 이 소설은 시작하고 또 두 남녀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재회하고 나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젠 그만 소원을 빌고 두 사람이 만나길 바란다.
<해탈의 길>은 초반엔 내 마음에도 조금 평화가 찾아오는 듯 좋았다. 갑자기 전쟁도 싸움도 다툼도 멈춘 지구.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역시 그냥 평화롭게 끝낼 작가가 아니다.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의 말에 나도 수긍했다. 나이 먹을수록 공부도 하며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죄가 많은지 생각한다. 외계인이 볼 때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아프게 한 거니까. 언젠가는 인간들이 깨닫고 조금이나마 노력할 수 있을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들에 비해 분량도 길고 스펙터클 하다. 가면을 쓰면 원하는 동물로 바뀌고 파를 먹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돈을 벌던 주인공은 점점 다른 쪽으로 그 능력을 이용한다. 그가 영웅처럼 보일 때는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결말은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다.
현실을 반영한 소설을 좋아하고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시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