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2 슬기사전 5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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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1권도 재미있게 잘 읽었던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2권이 나왔다. 

가제본부터 보내주셔서 아이는 받자마자 읽고 나도 천천히 같이 읽어보았다. 


현직 교사인 김원아 작가가 학교에서 느끼고 경험한 걸 바탕으로 책을 쓰고, 김소희 작가가 1권에 이어 그림을 그렸다. 친해지기, 갈등 해결, 학교 폭력, 소셜 미디어 등 여러 상황에 딱 알맞은 답과 행동을 알려준다. 57개의 상황과 또 아이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추가로 설명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면 고민해결카드 16가지를 굿즈도 증정한다. 


1권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런 책이 필요한 건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어른도 인간 관계가 힘들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심리학 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른도 도움받을 수 있고, 양육자도 이 책을 같이 읽으면 아이들이 어떤 면에서 힘들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작가도 정리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은 내 감정을 제대로 솔직히 얘기하는 것. 그게 시작이다. 이 말, 행동은 불편해. 라고 말하고 꼭 신경 쓰지 않아되는 건, 넘기거나,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기에 이 책을 읽고 연습하고 맘 속으로 되새기기. 어른인 나도 그 상황이 지나고나서야 말을 못해 억울하거나 속상한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싸우자는 게 아니라 내 말과 행동을 분명한 어조로 제대로 표현하기. 이 책으로 같이 시작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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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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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택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아니, 나만 보았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휠체어를 타고 온 분을 멀리서 보았고, 책을 사랑하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도서전이 끝나고 작가가 기고한 에세이를 보고 알았다. 아 그분이었구나. 작가와 내가 경험한 도서전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2021년 제1회 문윤성 SF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알려진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 조금 무겁고 슬프겠지? 생각했고 <비인간>을 읽으며 궁금했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풀고 싶은 궁금증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덕질을 하는 작가는 나와 비슷하다. 장애를 체험하며 수술을 하고 글을 열심히 쓰던 시기를 지나 소설가가 된 작가를 나는 경험해 본적 없지만 그 시선을 따라가본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장애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작가는 솔직히 말한다. 처음엔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설을 쓰면서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자신이 반장으로 계속 뽑히고 마음껏 누볐던 초등학교 생활도 그립지만, 한 자모씩 쓰는 글쓰기의 고단함과 기쁨도 이야기한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와 또 다르다.  장애 체험기, 소설가가 되기까지 습작 기간의 고민과 노력, 자신의 작품이야기, 독서 에세이까지.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다. 게다가 배우 덕질 얘기까지.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알죠. 사랑에 빠지는 그 마음이 묘사가 절절해서 얼마나 공감했던지. 


 ‘경이감’을 얘기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한계라고 생각하고 가지않던 길을 올라 6차선 대로 위 육교에서 달리는 차들을 마주한 작가는 경이감을 느낀다. 그게 바로 SF를 쓰는 이유라고. 읽으면서 나도 벅찼다. SF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때로 통쾌하게 인물들이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자유다. 


작가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쿨하게 돌아선다. 즐거우면 그럼 됐다고. 인사하며 돌아서는 작가를 향해 괜히 손을 더 열심히 흔든다. 다른 책들도 읽겠다고. 앞으로도 계속 써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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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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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의 신간을 읽었다. 이름을 많이 들었지만 책은 처음이다. 

읽었다고 하기엔 눈 앞에 그려지는 장면이 많아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본 거 같은 기분이다. 


주인공 한국계 미국인 (한국인 피는 조금 섞인) 20대 청년 틸러가 어느 날 중국계 사업가 퐁을 따라 타국에서 보낸 일년을 담고 있다. 그 일년은 책 중반을 지나야 나온다. 그 전까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처음엔 조금 헷갈리다가 시간을 파악하고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초반에 틸러가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은 타국에서 겪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풀린다. 


작가 작품이 처음이라 이 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모르지만 추천사를 읽어보면 이례적인 작품인걸로 보인다. 작가의 나이나 경력을 짐작할 때 요즘 화법, 시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그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제 첫 작품을 읽는 거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초기작을 읽고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다. 


한 청년의 방황과 고난 등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끝까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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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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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가 나왔을 때 부터 기다렸던 책이었다. 난 영화에서 이 배우를 본 게 전부지만 예전에 커밍아웃을 하며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책이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놀랐다. 이렇게 세세하게 많은 이야기를 썼을 줄은 몰랐다. 작가는 시간 순서대로 글을 배치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에서 나오는 문장 대로 ‘비선형적인 서사’ 다. 순서대로 풀어가는 게 아닌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또 어느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왔다 갔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영화 ‘주노’가 상영되기 전 스무살에 만난 폴라 이야기로 시작한다. 엘리엇 페이지는 어렸을 때 부터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고민이 많았고 혼란스러웠으나, 부모나 가족이 도움이 되진 않았다. 글로 어떻게 썼을까 싶을만큼 아픈 과거의 일들. 화가 났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수술을 받고 나는 변하고 자라는 중이며 시작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이 처음 봤던 퀴어 공연을 회상한다. 아마 그때 느꼈던 환희의 감정을 되새기며 지금도 작가는 자신의 모습으로 오롯이 서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까. 표지의 사진을 보며, 작가가 이렇게 사진을 찍기까지, 그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지 않을까. 이렇게 누구나 자신의 서사를 써내려 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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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 “저처럼 우울한 엄마들이 진짜 있나 궁금해서 왔어요”
수미 지음 / 어떤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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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장면들. 


장면 1. 

아이가 3-4개월 쯤인가. 조리원, 산후 도우미도 끝나고 도와주던 엄마도 본가로 가셨다. 이직 준비중이던 남편도 새 직장에 출근하고 나와 아이만 거실에 있던 오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서 해가 잘 안드는 창밖을 내려다 봤다.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순간 든 생각에 무서웠다. 


장면2. 

아이 24개월 영유아 검진을 하고 소아과 건물을 나와 아이가 탄 유모차를 길 한 켠에 세워두고 펑펑 울었다. 의사 앞에선 절대 울지 않겠다고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돌 되기 전부터 계속 느리다던 아이 발달. 그때 의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잊었다. 그런 얘기였을 거다. 엄마를 탓하는 말. 이러면 애가 큰일난다는 말. 기억하면 괴로웠기에 살려고 잊었다. 


그 밖에도 떠오르는 여러 기억들.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이 책은 작가가 우울증 진단을 받기 전부터 진단을 받고 나서 그리고 치료받고 생활하는 이야기, 작년부터 시작한 우살롱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모임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작인 애매한 재능도 잘 읽어 이 책이 궁금했고 운 좋게 서평단 참여로 읽으며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가님과 때로는 친구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이건 나만 읽으면 안된다며, 몇 구절은 남편에게 읽어주었다. (남편분과 육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육아 관련 구구절절 공감한 얘기도 많았지만(아무리 대충해도 끝이없는 집안일.. 소아과 찾기 어려움, 소설 보다가 중간에 끊기 등등) 또 좋았던 건 작가가 공부하며 쓴 얘기라는 점이다. 


우울증 관련 책을 비롯하여 페미니즘 등등 여러 책을 인용하고 작가가 삶에서 실천하는 모습은 나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책을 읽으며 난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지나왔나 돌아보니, 여러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아이 7개월 때 아파트로 이사간 것.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반경이 넓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지금은 안 하는 모임이지만 아이 3살 때 독서 모임을 시작한 것.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모임을 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책이다. 그리고 책으로 만난 사람들. 


아이가 주는 기쁨을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지만 아직도 육아와 돌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다. 아이를 키우는 보람만으로 살기엔 그 무게가 너무 무겁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우리부터 편견을 거두고 엄마도 우울할 수 있고 힘들고 그런 어려움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걸 허락해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책에 작년에 다른몸들에서 주최한 강연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때 참여했던지라 반가웠고, 작가와 우살롱 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 연결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위로받을 수 있길. 육아 동지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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