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모모
로진느 마이올로 지음, 변유선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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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며 다른 사람들이 궁금했다. 아직은 아이를 돌보는게 먼저라 현실에서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니, 대신 책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공부하면 아이에게 좀 더 넓은 시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도 궁금했다. 부모가 아닌, 엄마 둘의 이야기. 


<부모 말고 모모>는 프랑스 법률 전문 기자인 로진느가 나탈리를 만나기까지 과정과 2014년에 딸 쥘리에트를 낳고 둘째를 임신하기 노력과 모든 여성에게 보조생식술을 법으로 시행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엔 놀랐는데,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후반부에 프랑스 보조생식술 법 개정안 이야기로 넓혀가는 구성이 좋았다. 


프랑스는 자유의 나라라고 단순히 생각해서 당연히 모든 여성이 보호받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딸을 키우는 일상과 둘째를 만나기 위해 스페인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는 장면이 교차되어 나온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어렵게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동성 부부들 모임에서 들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시술을 시도하는 이야기에 놀라고 안타까웠다. 


이렇게 과정을 기록하는 책이 나오는 건 의미가 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난 뒤, 프랑스에서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모든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이 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이뤄진 과정들을 보니, 결국 모두가 동의하는 때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은 바로 지금부터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책에 나온 딸 쥘리에트는 옆집 아이가 “왜 넌 엄마가 둘이야?” 라는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너는 왜 아빠도 있고, 새아빠도 있냐고. 그건 이상한게 아니라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고 빛나니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걸.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같은 출판사 사계절에서 나온 비 온 뒤 맑음을 떠올렸다. 타이완에서 이뤄진 동성결혼 법제화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으며 감동받았다. 우리나라도 다른 이들에게 그런 희망을 줄 수 있길.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결국 올 일은 올 거라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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