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자신의 삶을 만들어내는 법, 상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재주를 배워야 한다. 이런 재주를 보여줄 안내인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배우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우리 삶을 만들어낼 것이다.” p.344


그런 책이 있다. 다 읽고나서도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 과연 이걸 내가 말할 수 있을까, 가슴이 벅차 오르는 책. 


<마음에 이는 물결>은 판타지, SF 문학의 거장 어슐리 K.르 귄이 1988년 부터 2003년까지 15년 동안 문예지, 강연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한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관하여 라는 네 개의 챕터로 나눠진다. 


이전부터 이름이야 익히 들었고, 책을 읽어봐야지 생각했지만 읽지 못하고 서평단으로 이 책 부터 읽었다. 

책을 시작하며, 걱정이 들기도 했다. 소설도 안 읽고 이 책을 읽어도 될까?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나의 걱정을 날리는 하나의 선언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나는 남자다.’ 라고. 

‘나를 소개하기’에서 나오는 첫 문장에 사로잡혀 책을 쭉 읽으며, 밑줄 긋고 싶은 문장도 챕터도 많았다.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책이 좋은 건 꼭 처음 부터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독자가 읽고 싶은 글부터 읽어도 된다. 

또, 작가가 글마다 이 글이 언제 쓴 것이며 어떻게 수정했는지 설명해서 긴 시간 동안 모은 글들을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독서가라면 감동받을 도서관에 대한 글, 인류학자였던 아버지와 미국 원주민에 대한 책을 썼던 어머니 이야기도 흥미롭고 글쓰기에 대한 글은 작가, 작가 지망생 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인상깊었다. 현자의 말을 기록한 명언집처럼 하나하나 새기고 싶은 글과 문장이었다. 또, 작가 특유의 유머도 나오는데 작가와 독자 관계를 얘기하며 베스트셀러 얘기에 웃음이터지기도 했다. 어쩜 이리 정확하게 얘기하셨는지.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기꺼이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려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입니다. 표지의 선전 문구는 그 책이 지닌 위압적이고 공격적인 힘을 강조할 때가 많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출 수 없다. 가슴이 덜컹한다. 머리속으로 태운다, 심장이 멈출 것 같다…… 이게 뭐죠? 전기 충격 고문입니까?” p.380


어떤 독자든 분명히 얻어가는 책이다. 500페이지 분량에 글마다 생각할 게 많아서 음미하다 완독을 못할 거 같아 급히 마무리 했지만, 책장에 두고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을 책이다. 

이젠 작가의 소설을 만날 차례. 그의 문학에서 어떤 세계를 만날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