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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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언가에 빠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와 취향이 달라도 공연, 영화, 책 또는 사람이나 동물 세상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덕후의 피가 흐른다. 어렸을 때 부터 책을, 뮤지션을, 영화 등등 항상 무언가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난 또 다른 덕후를 이 책으로 만났다.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는 강인식 기자가 작년 여름 부터 박현묵 학생과 어머니, 담당의 등을 만나 인터뷰를 정리해 쓴 책이다. 현묵은 혈우병으로 투병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면서 톨킨 작가에 빠져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을 꾸준히 번역하다 출판사 제의로 번역가가 되고 작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면 인간 승리의 서사로 보이겠지만 이 책은 기사나 짧은 인터뷰로 다 담을 수 없는 현묵의 여러가지 면이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서 왜 저자가 책으로 쓰기로 결심했는지 알겠더라


현묵의 이야기는 내 마음의 여러 버튼을 눌렀다. 그 중 덕후 버튼은 가장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그는 반지의 제왕으로 톨킨에 빠져 톨키니스트가 모이는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하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번역글을 올린다. 그는 번역을 시작할 때 부터 번역가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존 번역과 비교해 용어를 통일하고, 원서에서 오류를 찾아내 건의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어떻게 옮길지 신중히 생각하는 태도에 감탄했다. 덕후의 마음이 그렇다. 좋아하는 걸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 저자는 이 카페가 현묵에게 학교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학생, 학교를 사랑하는 아이였다. 


눈물 버튼은 현묵이 툭툭 내뱉은 말과, 어머니 인터뷰에서 눌렸고, 어김없이 눈물이 났지만 그게 꼭 슬퍼서만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가면 안되냐고 간절했지만 얘기하고 마음을 접은 현묵의 등, 아이를 어디든지 데려가고 싶어 업고 여기저기 다녔다는 어머니의 등을 떠올리면 그 등을 안아드리고 싶어 눈물이 났다. 감사했다. 현묵의 사랑과 진중한 태도가 어디서 왔는지 알 거 같아서. 


마지막 버튼은 이름 짓기 어렵지만 우정 버튼이라고 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작가도 대학교 추천서를 써 준 현묵의 담당의도 카페 사람들 등 여러 사람이 현묵과 함께 했다. 요즘 같이 혐오가 만연한 시기에 꼭 필요한 우정, 연대다. 


그는 혈우병도 병으로 인한 후유증인 장애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현묵은 톨키니스트이고, 이제 자신의 공부를 하러 다른 학교에 발을 디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법도 제정되어 전동휠체어로 어디든지 있는 현묵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가 톨킨의 나라에서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무엇이든 원하는 마음껏 있길. 같은 덕후로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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