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를 바꾸는 새 - 새의 선물을 도시에 들이는 법
티모시 비틀리 지음, 김숲 옮김 / 원더박스 / 2022년 1월
평점 :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가려면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큰 길과 상업지구를 지나면 도서관 도착하기 바로 전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지난다. 2주 전 쯤 아파트 단지에서 까치 소리를 들었다. 새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보는 새라고는 비둘기와 참새 정도여서 까치라니 반가웠다. 또 새해가 된지도 얼마 안돼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그러다 며칠 뒤 주말에 아이와 함께 그 곳을 다시 지나는데 아이가 불렀다. “엄마, 여기 봐봐, 까치야.” 아이 손을 따라가니 아주 높은 나무에 올라간 까치가 보였다. 반가웠다. 오 나 이 까지 안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 까치가 여기 사는구나.
갑자기 스친 생각. 내가 사는 아파트, 아이 친구가 사는 아파트. 여기는 마트 정도만 생각하다가 그러고보니 새도 집이 있을텐데. 너 집은 여기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까치를 많이 떠올렸다.
<도시를 바꾸는 새>는 도시계획전문가인 저자가 인간이 지은 건물, 갈수록 사라지는 숲과 습지 등 새를 죽이는 원인을 알아보고 인간과 새과 함꼐 사는 생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나라,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나라도 유리창 충돌로만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죽는다. 투명한 유리창이 위험하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새를 위협하는 건 많았다. 사는 곳이 없어지니 고속도로를 지으면 야생동물 통로를 따로 만들기도 하지만 새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그 통로를 이용할 수 없다. 길고양이들의 사냥도 원인으로 나오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새들이 이동할 곳 살 곳을 인간들이 다 없애고 있다는 점이다.
챕터마다 주인공인 새들이 있는데 처음 들어보는 새 이름도 많았다. 사실 새를 무서워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생각해보면 이들이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살았고, 인간도 다른 동물과 같이 지구에 사는 데 인간이 마음대로 개발하니 새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토론토에서 유리창에 부딪힌 새들을 동결해 늦봄 부터 전시회를 여는 시민단체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픈 챕터였다. 사진만봐도 이렇게 속상한데 실제로 보면 어떨지… 속상하지만 그만큼 얼마나 새가 죽고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싱가폴에서는 수직으로 뻗은 건물에 정원을 만들고, 우리나라도 종종 보는 옥상 정원 등 새를 위한 여러 단체와 사람들의 노력이 나오고 QR코드가 있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가 우울증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결국 새를 비롯한 동물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야 할 방법을 계속 찾는 건 결국 우리 인간을 위한 일이다. 새들이 살기 힘든 곳이 인간도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에게 안전한 건물 유리창 부터, 공원과 정원 그리고 개발할 때 무엇보다 자연 훼손을 최소로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는 도서관 가는 길에 까치가 잘 있는지 매번 확인할 거 같다. 살던 대로 살지 않고 인간이 번거롭고 불편해져야 지구도 동물도 새도 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