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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심장 -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마르 베네가스 지음, 하셀 카이아노 그림,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 오후의소묘 / 2021년 8월
평점 :
십여년 전 우리나라에는 자아 찾기 여행이 붐이었다. 자아를 찾겠다는 이유로 인도 등 여러 나라로 떠났다. 그 당시 (지금은 연락 안 하는) 지인은 그런 얘기도 했다. 다녀와야 진짜다. 넌 뭘 모른다. 이십대 중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만 했던 때. 긴 시간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게 부러웠지만 그게 자아 찾는 것과 무슨 상관 일까 의문이 들었다.
<새의 심장>에는 나나 라는 소녀가 나온다. 할머니가 들려준 노래 제목에서 따와 직접 이름을 지은 아이. 그는 바다에서 자라 시를 쓰고 시인을 만나고 싶고, 시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마르탱이라는 친구와 친해지지만 나나는 알고 싶은 마음에 결국 바다를 떠나 도시로 간다.
한지 느낌이 나는 종이에 먹물이 번진 듯 자연스런 그림과 글이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요즘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많이 나오는데 이 책도 그렇다. 나나는 시의 마음이 결국 어디있는지 알게 된다. 그게 꼭 자아찾기 여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다들 왜 이렇게 떠나고 싶었는지. 물론 나이를 먹어도 그럴 수 있고, 진정한 나라는 건 세상 떠날 때까지 찾아야할 숙제일 거다.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 때론 파도가 치고 흔들려도 금방 잔잔해지고 내 안에 여러 모습을 찾는 게 재미있다.
<새의 심장>을 읽고 나면 시가 읽고 싶어지고 나는 무슨 마음을 갖고 있나 되물어 보게 된다. 나나가 마지막에 자신의 책에 제목을 지은 것처럼 난 내 마음의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 정확히 모르지만 잔잔한 바다였으면 좋겠다.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 가을 날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이 책과 함께 시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나 시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