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빛 조각
윤강미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지금까지 살며 봤던 풍경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열세살 주문진에서 본 밤하늘이었다. 일주일 정도 강원도를 여행했는데, 그때가 여행 끝날 때 쯤인가 돈이 다 떨어져 아버지는 회와 숙소 중에 뭘 선택하겠냐고 했고 우리는 회를 먹고 요즘 말로 하면 차박을 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주문진에는 별이 많았다. 별을 보고 징그럽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거 같아 자꾸 눈을 감았다.
<달빛 조각>에는 이렇게 어렸을 때 봤던 잊지 못할 풍경을 찾아 떠난 가족 여행 이야기다. 엄마와 이모 아이들이 함께 떠난 길, 게임도 하고 싶고 밤길을 가는게 좀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와 이모를 따라 가본다. 깊은 밤이지만 동물이 놀랄까봐 조심조심 가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노오란 빛.
빛을 찾아 가는 길은 짙은 청녹빛 숲으로 그려지는데 내가 가본 길이 아닌데도 꼭 나도 같이 걷는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노란 빛을 만났을 때 더 환하게 느껴졌다. 이 풍경을 보며 강원도 여행을 떠올렸던 건 아마도 아이에게 나도 그런 수많은 별빛을 선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코로나로 마스크 벗고 여행을 가 볼 수 없는 시기라, 그림책으로 여행 갔다온 기분이 들어 좋았고, 아이도 보면서 노란 빛을 만져보고 싶다며 좋아했다. 답답할 때, 꺼내서 보면 마음도 환해지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