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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서로 다른 기념일>은 일본에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이토 하루미치의 에세이다. 그가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경험과 느낌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청인인 부모 아래에서 자라 음성 언어를 처음 배우다 수어를 알게 되었고 아내는 농인 가족이라 수어가 모어이다.
아이가 청인이라는 걸 알고 들었던 생각, 두 사람의 만남,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놀라운 경험과 생각이 잘담겨있다.
책욕심이 많이 서평 쓸 책도 빌린 책 산책도 다 쌓여있었는데 어제밤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 새벽 세시반에 깼다.
원래 좀 더 있다 읽으려고 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한 번에 쭉 읽었다.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수어가 농인의 제1 언어이고 보조하는 언어가 아니라는 정도는 알지만, 아기는 태어난지 3개월도 안돼 부모를 부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부모가 말 그대로 온갖 수단을 강구해 아이를 정성껏 키우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지 내 모습도 비춰보게되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공들여 표현했다는 점이다.
또한, 아내와의 대화와 경험을 통해 농인이 성장과정에 느끼는 어려움도 행복도 가감없이 풀어놓았다.
제목으로 쓰인 ‘서로 다른 기념일’이란 마지막 챕터를 읽으며 나와 아이도 다른 인간임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와 내가 다르다는 걸 깨달은 그 날이 ‘서로 다른 기념일’이 되었다고.
저자가 이야기와 함께 담은 사진과 함께 설명해놓은 수어를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보며 꼭 보지 않아도 만난거 같은 기분이다.
꼭 음성으로 전해져야만 말이 아님을 우리가 온 몸으로 느끼고 얘기하려고만 한다면 ‘서로 다름’이 즐거운일이라는 걸.
세상을 살아가는 소중한 하나의 방식을 알려준 저자에게 고맙다. 일본에서는 동시에 나왔다는 ‘목소리 순례’라는 책도 궁금하다. 계속 책이 나온다면 이곳에서라도 편지로 안부를 듣듯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