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2였나. 어느날 친구 집에 놀러갔다. 부모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친구네 집 거실 바구니엔 한 잡지가 가득 있었다. 이거 읽어봤어? 물었더니 친구는 그냥 종종 읽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때 씨네21 가격이 2000원이었던가.친구가 부러웠다. 이런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 난 이 날 잡지 구독하는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 ⠀⠀⠀⠀⠀⠀⠀⠀⠀⠀⠀⠀⠀⠀⠀
일을 시작해도 월세내고 밥 먹고 생활비로 쓰면 다 나가고 씨네21을 사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몇년 뒤였다. 그리고 그때 편집장이 고경태 편집장이었다. 그때 편집장 글이 참 재밌었고. 그래서 후에 나온 #유혹하는에디터 도 사서 읽을 정도였다. 그리고 10년 뒤 이 책이 나왔다. ⠀⠀⠀⠀⠀⠀⠀⠀⠀⠀⠀⠀⠀⠀⠀⠀ ⠀⠀⠀⠀⠀⠀⠀⠀⠀⠀⠀⠀⠀⠀⠀⠀
30년의 시간만큼 묵직한 이 책엔 저자가 한겨레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며 있었던 일 소회,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자랑도 있고 후회도 아쉬움도 가감없이 담겨있다. 꼭 기자나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한겨레에 애정이 있다면 비하인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렸을 땐 이 사람만큼 난 글을 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좌절했다. 이책을 읽고나니 그에겐 도전 정신. 무조건 하고 본다는 그 마음이 중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살아도 내것을 찾기 힘든데 저자는 난 제3자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사셨구나라는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을 때 난 얼마나 끝까지 가봤나 라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를 부러워만 하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난 무엇을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더 깊이 파고들어가야겠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책을 내주셨으면. 다음엔 22세기 매체에 대한 글이나올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