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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사가 세상을 바꾼다 - 틱낫한이 전하는 교실 속 명상 안내서
틱낫한.캐서린 위어 지음, 정윤희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상을 떠올리게 되는 시기가 있다. 열심히 달리는 중에는 모르다가 한 템포 쉬어갈 때라고 느껴질 때 문득 찾게 된다. 요즘도 딱 그 상황. 얼마 전부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호흡 명상을 하고 있다. 싱잉볼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는데 비록 스마트폰 너머의 소리지만 그래도 참 편안해진다. 명상과 처음 접한 20대와 달리 앞으로는 꾸준히 해야할 것 같아 소유욕이 발동하고 있는데 명상교육법에 나오니 더 반가웠다(사야겠다).

20대에 틱낫한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명상하면 딱 떠오르는 이름이라 다시 읽어봐야지 했는데 해냄에서《행복한 교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틱낫한이 전하는 교실 속 명상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어쩜 타이밍이 이리도 잘 맞았는지.
아이들이 명상을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명상이 가져오는 변화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숙련된 교사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이전에 교사의 수행을 강조하기에 일반인이 그대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교육을 위한 책이라 초보자에게도 유용하다.

긴장과 초조함이 몰려올 때 무심결에 깊은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그러면 안정이 된다는 걸 대개 알고 있다. 심란할 때는 무작정 걷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호흡과 걷기가 마음다함 수행법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명상은 인간의 영혼이 가진 본성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교사를 위한 가이드지만 교실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 속에서 활용 가능한 마음다함 수행법이 소개된다. 호흡 / 종소리에 귀 기울이기 / 앉기 / 걷기 / 몸 알아차리기 / 먹기 / 감정 다스리기 / 더불어 존재하기 등 8가지다. 개별적으로 틱낫한의 가르침과 수행해서 얻을 수 효과, 수행 방법 그리고 적용 사례를 통해 교사의 삶과 일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어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학생을 위한 교실 속 마음다함 환경 만들기, 학교와 대학 공동체에서 마음다함 기르기를 강조한다.

마음다함이라는 것은 수행을 행하며 '현재'의 삶에 주목하는 것이다. 온전히 호흡에 집중하며 내 호흡을 느끼고 내 몸을 느끼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한 가지에 집중해 유심히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듯 같은 현상이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또 다른 현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를 꿈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기쁨과 행복에 집중하고 지금의 삶과 배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명상을 떠올린 이 순간, 나는 또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내 모습이니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점검해보고 싶었으니까.

수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처음에는 자세한 매뉴얼이 따라 하기 좋을 것 같았는데 점점 혼자 하기에는 부담이. 다행히 직접 활용한 교사들의 다양한 사례를 읽으며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223. 마음 다함의 수행은 일종의 기술을 터득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즐거움과 행복의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지요.
감정을 다스리는 게 제일 어렵다. 명상을 떠올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도망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고통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나올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마음다함 수행은 그 고통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첫 번째 단계 _ 감정이 존재함을 '인식'한다.
두 번째 단계 _ 그러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세 번째 단계 _ 어린아이를 안아주듯이 자신의 감정을 '포용'한다.
네 번째 단계 _ 자신의 감정을 '숙고'한다.
다섯 번째 단계 _ 우리가 단순한 감정 이상의 존재라는 '통찰력'을 갖는 것.
우리는 감정은 영구적이지 않고 늘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의 존재가 차지하는 방대한 영역에 비하면 하나의 감정이란 그저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

틱낫한은 누구를 가르치려면 자신의 말 하는 방식, 듣는 방식, 삶을 사는 방식을 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교사가 먼저 변화를 보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모든 학교에 이런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
교과 수업마다 어떻게 활용하는지까지 수록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분들이 이 책을 많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행복한 엄마도 내 아이, 내 가족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일단 호흡과 걷기 수행을 하며 아이와 침묵하는 시간도 갖고 먹기 수행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최적의 수행법이 먹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맘에 든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명상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