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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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소설을 정말 좋아하는데 때때로 매력적인 형태의 대화집 또는 연극 시솝시스를 읽곤 합니다. 특히 셰익스피어 4대희극 등의 정극 연극의 대화집은 연극실황에서 느낄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감정과 의사소통의 냄새까지 알 수 있는 최고의 작품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대화로만 이루어진 형태의 문학은 그 특유의 "맛"이 있기에 매니아들이 많이 있고 잊을만하면 찾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 "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은 정선엽 작가님이 그 특유의 어투와 말투로 만들어 낸 "100%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대화집입니다. 정선엽 작가님의 전작중에서 "양 백마리"를 읽어봤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색적이면서 오묘한 단편집으로 기억하고 독특한 세계관의 단편집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은 그보다 더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책으로, 일반적인 대화보다 더욱 더 화자의 존재를 숨기는 형태를 의도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일반적인 대화집은 화자를 드러내고 누가 말을 건내는 지 나타내는게 일반적인데 이 책은 의도적으로 화자의 존재를 숨깁니다. 정선엽 작가님의 의도를 추측컨데, 화자를 숨김으로서 독자들이 상상만으로 어떠한 대화가 오고가는지 화자들의 상황을 자유롭게 떠올리게 하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비행기가 아직 떠오르기 전, 아직까지 연착으로 인해서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바로 옆에 앉아서 그저 좌석에 근처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두명의 낯선 이들이 갑자기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소하게 이어폰 이야기, 스피커 이야기, 자신의 취미, 화자 중에 한 명이 예전에 좋아했던 추억, 그리고 다른 화자가 예전에 싫었었는데 잘 이유를 모르는 이야기를 서로 털어놓습니다. 왜 이 두명이 서로 겉마음부터 속마음까지 이야기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중요하지 않고, 이야기들 사이에도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것 같지만, 조금씩 둘 사이의 컨센서스가 느껴지고 화자들의 관계가 상상으로 그려집니다. 스노우보드 장갑은 처음 껴봤다면서, 스키는 타봤지만 스노우보드는 안 타봐서 몰랐다면서, 마치 골키퍼 장갑과 같았다면서 하는 이런 말을 무심코 지나가듯이 말하는데, 이 모습은 정말 이코노미석의 두 명이 무심코 내뱉는 말 같습니다. 이러한 대화가 지속되면서 오고가는 컨센서스는 두 명의 화자를 상상하게 만드는 오묘하고 독특한 맛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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