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했으며, 한국인이라면 인사로 "밥 먹었냐"고 묻는게 일상이듯 식사는 우리에게 삶의 원천이자 행복입니다. 집에서 혼밥을 하든 온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든 식당에서 주문해서 외식을 하든 언제든지 식사에는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요리사는 그 음식에 자신만의 철학과 실력, 역량을 가득 담아 만들며 "대가"라고 불리는 요리사가 될 수록 그 요리에는 무엇인가 더 담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거주하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어떨까요? 일전에 유퀴즈에 출연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대통령의 요리사로 알려진 천상현 요리사의 자서전이자 에세이가 출간됐습니다. 천상현 요리사는 신라호텔에서 중식요리사로 근무하던 중에 청와대에 입성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 이후로 무려 20년 4개월 동안 총 다섯명의 대통령을 모시면서 그 대통령들의 식사를 책임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까지 청와대에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그들의 성향과 식사습관, 말투, 행동을 느낀 바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은 가장 개인적인 시간이면서도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천상현 요리사가 모신 다섯명의 대통령은 이 책에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은 마치 운동선수처럼 항상 대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중식을 가장 좋아해서 중식을 준비하면 항상 남김 없이 비우셨다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던 최애 메뉴는 "불도장"으로 입맛이 없을 때에는 즐겨 드셨다고 하는데 왠지 고인이 되신 대통령님을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의 대통령이라 불렸던 것 처럼 요리사들에게도 일을 적게 하게 하기 위해 비워진 접시를 치우거나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 분은 더 그리워집니다.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이만하면 됐습니다"라고 하며 깔끔히 비워주시고 "오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하시는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어떤 식사로 준비하고 싶어지는 게 대통령의 요리사 아닐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워커홀릭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소량으로 먹던 저울과 같은 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남북화합과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요리사로서의 추억 이야기는 더욱 좋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