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 같은 방송에서 자신의 관을 스스로 만드는 한 노인에 대해 나온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노인은 자신의 죽을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관을 짜면서 겸허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노인들이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면서 최대한 생전의 예쁜 모습으로 찍히고 싶은 마음을 가진채 웃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렇게 누가 봐도 노년의 그 분들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일까요. 죽음이란 삶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의 저자인 사계님은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고심하고 온 몸으로 느끼며 평생을 살아온 생각을 이 수필집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보면 죽음이란 무섭고 괴로우며 두렵고 생각도 하기 싫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 곁에 있고 내 생각을 말하여 남과 공유할만한 것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의미하는 작가의 이름인 듯 합니다. 사계절 그리고 365일 24시간을 죽음과 밀접하게 붙어서 생각하고 느껴왔던 작가님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죠. 저자는 "구름이 가장 아름답던 그 어느 날" 겨우 열 한살의 나이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처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독 초록색이 강했던 녹색페인트는 꽃밭과 같았고 유난히 맑고 예쁜 하늘의 구름은 눈이 부셨습니다. 꽃밭을 뛰어 넘어 구름을 잡고 싶었지만 결국 남기고 가는 일기장과 인형이 생각나면서 숨이 넘어가듯 울고 삶을 안타까워합니다. 겨우 열한살, 이 때부터 시작된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잔잔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사계작가의 언어를 통해 에세이집에 담겨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고, 부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으며, 내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오로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이라 정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죽음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삶과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미학적인 관점을 담아 삶과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온실 속 화초같이 살고 싶었지만 서 있는 곳은 진창이었다"는 표현, "내가 내 안에 있는 우물을 다 파내고 고갈되어 메말라 죽어가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표현 등은 작가님의 글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깊음이 느껴집니다. 어떤 이들은 죽고 싶었다가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힐링책으로 느낄 수도 있으며, 어떤 독자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거나 공감대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도 있는 인생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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