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하길 사람 나이 40세 마흔이 되면 불혹이라 하여 이 세상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고, 사람 나이 50세 쉰 살이 되면 지천명이라 하여 하늘의 뜻과 내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물론 예전보다 지금 시대가 훨씬 오랜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쉰 살에도 아직 성장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 에세이 한 편에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이 책은 77세의 평범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삶과 지혜를 담은 수필을 그의 친딸이 책으로 엮어서 출간한 의미가 싶은 서적입니다."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의 김상량 작가님은 대기업의 CEO, 해외 박사,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 TV에 출연한 작가도 아닌 그저 평범하지만 77년을 오로지 열심히 살아오신 할아버지입니다. 물론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술고시를 통과해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생활했다는 업역과 깡촌에서 태어나 KT&G 임원까지 역임했던 이력은 조금 남다르긴 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책과 사진으로만 봤던 20세기 중반 어르신들이 "잘 살아보자고"했던 그 때로 잠시 돌아갈 수 있기도 합니다. 완전 끝자락 마을 깡촌에서 6남매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김상량님은 남들 다 그렇듯이 그 당시 답게 못 먹고 못 살고 매일 굶어가면서 자랐습니다. 심지어 심하게 사타구니가 다치고 곪아서 걷지도 못 할 때 동네 침술좀 하는 의원같지 않은 의원에게 위험한 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깡촌에서 자랐더라도 공부를 곧잘했던 저자는 어찌 어찌 학창시절을 거쳐 서울로 입성하고 대학교도 진학합니다. 그 당시의 캠퍼스 분위기와 민주주의에 불타오르고 처절하게 싸우던 대학가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열사들이 언급되는 부분에서는 옛 선배님들의 고군분투 덕분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있었구나 싶습니다. 이후로 군대에 입대해서 소위 쫄병시절부터의 우아하지 않지만 힘들었던 이야기들, 당시 군대의 말도 안되는 상황들, 사회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성장하던 그 당시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저자는 만약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그래도 그립다"라고 말할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간에 신뢰와 사랑이 중요하다 말하며 결국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시간여행 에세이"라고 부제목이 쓰여져 있는 것 답게 예전 추억을 되살려볼 수 있는 좋은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