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쑥쑥 자라서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아빠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이 게임과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가까이 두고 생활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자 기대감 말입니다. 이 욕심은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숙제로 줄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나서서 아이와 함께 읽고 공유하고 느끼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읽어주기를 많이 하려고 하는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좋은 동시집을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창작동화, 명작동화를 읽어주는 부모는 많지만 동시집을 함께 보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동시는 감정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읽기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동시집은 항상 곁에 두려고 합니다. 이 책 "왕만두"는 최근에 출간된 김유석 시인의 동시집입니다.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화난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어른이 표현하면 조금 재미없을 수 있는데,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면 마치 "왕만두"라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통통하고 속이 꽉 차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왕만두가 왜 엄마의 화난 모습일까요.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엄마의 얼굴은 퉁퉁 불다가 기어이 터져버리는 속터진 왕만두 같고, 왕만두라면 호호 불어 먹겠지만 엄마 얼굴은 뜨겁거나 말거나 호호 불수도 없습니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우물우물 삼켜야 겠죠. 이런 표현은 동시집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귀엽고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왕만두"와 같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쉽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시가 50여편 수록되어 있습니다.두 번째로는, 더 재미있는 동시 한 편 "캥거루나 펭귄이나"를 소개해봅니다. 어른이라면 캥거루니 펭귄이니 그다지 공통점을 찾기도 힘들고 그 동물을 본인과 비교한다면 더 재미없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보는 동시는 확실히 다릅니다. 옆구리에 날개를 착 붙여서 살래살래 머리를 흔들며 기우뚱 거리다가 바다에 점프하고 뛰어드는 펭귄의 모습은, 마치 엄마에게 걸릴까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웃기웃 거리다가 게임방으로 날쌔게 뛰어들어가는 본인의 모습과 비교됩니다. "캥거루나 펭귄이나 나나, 뭐"에서 아이들이라면 방긋 웃거나 빵 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재미있고 웃기고 쉽게 읽히는데 시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 동시집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