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 푸른사상 시선 182
박봉규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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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한참을 내리더니 갑자기 추워지고 춥다 싶더니 주변에 패딩점퍼를 입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어느새 수능이야기가 나옵니다. 가을이 되면 낙엽떨어지는 걸 보며 시집 하나 들고 카페에 가는게 매 년 습관이었는데 겨울이 되니 또 겨울의 느낌 느끼며 좋은 시를 읽고 싶어집니다. 소용돌이치는 세상살이에 철근 같은 희망을 노래한다는 시편 약 50여개를 담은 이 시집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는 굉장히 현실적인 삶을 노래하면서도 이상을 바라보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박병호 시인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는데, 90년대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지만 오랜 기간 작품을 멀리하고 목수, 기자, 영업사원 등으로 생활에 임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영업사원으로 현실을 살며 이 시편을 내놓았으니 그의 글에는 현실과 이상이 섞여있는 게 맞아보입니다.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를 읽어본 독자의 입장에서 네 개의 구성은 그저 나열하여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감정과 의미가 나뉘어진 유의미한 구성으로 보입니다. 제1부 "길을 묻는다"는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고 감정을 한창 쏟아내던 그 당시의 시인의 생각이 묻어납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그리움을 말하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시가 많이 보입니다. 표제와 동일한 "안산행 열차를 기다리며"에는 사랑인지 이별인지 그 중간 어디엔가 서 있는 자신을 그리는 것인지 모를 시인의 이야기가 간절하게 보여집니다.

"나의 청춘은 가난하였으나"로 시작해 가리봉동에서의 현실에서의 직업전선에서의 현실적인 마음과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시민의 감정을 담아냅니다. 세상살이에 대한 연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 세상을 매일 살아내야 하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파행 시편" 연작과 "일꾼" 연작은 가장 현실적이고 시인의 솔직한 마음이 날말처럼 구성되어 독자를 파고듭니다. 현실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 만명의 삶은 백 만가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만 시인의 말은 그 백만가지를 뭔가 통용하는 철근같은 희망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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