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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평점 :
2023년 2월 불과 얼마되지도 않은 그 때,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전세사기 피해가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다다음 달에는 또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뿐만 아니라 수원에서도 수 백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했고 그 외 전국적으로 천안, 서울, 부산 등 각지에서 수 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죠. 이러한 전세사기는 처음에 한 명, 두 명의 이슈로 끝나는 줄 알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일파만파로 펴져나갔고 결국 대한민국 부동산 시스템의 문제로까지 귀결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이 단어를 듣기만해도 소름이 돋고 분노가 생기며 이 세상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서 91년생 청년 최지수씨가 쓴 본인의 전세사기 이야기입니다. 이는 소설책이면서도 에세이이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91년생 최지수씨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오히려 동년배 90년대생들 보다 더 열심히 살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파일럿의 꿈을 위해 돈을 모으고 공부하며 해외 파견 직장생활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는건 한 순간이었죠. 불편한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천안 두정동에 리센트빌라 1004호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입주한 시점부터 말입니다. 입주한 후 해외근무를 하고 귀국하려고 할 때 쯤부터 전세사기에 대한 이슈가 드러나고 경매, 전세금반환불가, 피해자 자살 등 온갖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합니다. 최지수씨는 전세사기의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법원, 시청, 경찰서, 주택도시보증공사, 주거복지재단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민원을 넣고 확인했으나 결국 돌아온 것은 피해금액을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 뿐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스토리를 보면서 누구는 말합니다. "본인이 직접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계약한 걸 왜 남에게 탓하냐고", 하지만 전세지옥을 읽어보면 전세계약 당시부터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했고 그 이후에도 모든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점검과 돌다리 두드리기를 했음에도 사기를 당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중개소에서는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서 계약을 하게 했으며 사건이 벌어졌어도 나몰라라 하는 시청과 법원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파일럿 꿈을 향해 나아가던 계단에서 떨어졌고 그 손실금액을 매꾸기 위해서는 청춘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결국 원양어선을 타기로 했다는 말을 들으니 아... 전세사기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구나, 대한민국 부동산 시스템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