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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평점 :
대한민국은 2023년 현재 전세계에서 경제규모 순위로 10위에서 12위 정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으며 등락폭은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한강의 기적을 통해 온 국민이 단합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 결과 삼성, LG, 현대 등 글로벌 굴지의 기업까지 탄생했으며 지금은 정보통신을 이어 K팝 등 문화강국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다양한 사회, 정치, 문화적인 부작용과 폐해, 단점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쉽게 간과합니다 2023년 많이 양호해졌지만 지난 십수년간 노동자 인권, 여성인권, 비정규직 문제, 직장내 폭력, 언어 폭력, 갑질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도 은연중에 소설 속에 내포하여 그 주제하에 독자에게 감정과 아젠다를 던져주는 정성문 작가의 신간도서 "욕망의 배 페스카마"가 출간되었습니다. 정성문 작가는 이 책에서 표제인 "욕망의 배 페스카마"를 비롯한 총 9편의 중단편을 통해 사회문제를 지적하면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필력으로 독자들을 유혹합니다.
표제에 선정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실제로 1996년 6월 경에 남태평양에 조업을 나갔던 국내 원양어선의 이름으로 함께 동승했던 조선인 선원이 반란을 일으켜 한국인 선장과 항해사를 살해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그저 살인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인의 갑질, 폭력, 노동문제, 인권문제가 강하게 들어있습니다. 조선족 선원들이 결국 사형과 무기징역을 받을만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이면에 있는 문제들 끄집어 내면서 이 책에 담았습니다. 페스카마에 승선한 한국인 선장과 항해사, 조선인 선원,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각자의 바람과 욕망을 가진채 승선했고 그 욕망의 충돌속에 그러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단편 작품인 "패밀리 비즈니스"는 3대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대가족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성장과 그 뒷편에 자리잡은 노동문제, 취업문제, 채용문제, 해고, 해직, 재고용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멈췄고 청소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수준이며 청년 자살과 50대 정리해고도 눈에 띄고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50대의 취준생과 20대의 취준생이 경쟁하는 모양새인데 이러한 노동 및 취업문제가 3대를 걸친 패밀리비즈니스로 표현됩니다. IMF때부터 시작된 비즈니스 경쟁의 흐름을 통해 라떼는 말이야에서 나 때와 너 때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독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다음 작품 "카메라맨"은 군대에서 카메라를 다루기 시작한 주인공 미스터리를 통해 기술발전의 흐름속에 도태되는 직군과 그 배경이 되는 군대의 군납비리를 애둘러서 표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