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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6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최상위 포식자였던 북금곰의 먹이가 줄어들어 굶어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멀리까지 보지 않더라도 반려동물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가 버려져서 길거리에서 죽는 것도 예삿일이 되어 버렸다. 어떤 이는 환경오염 때문에 그렇다고 남의 일처럼 치부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동물원에 가서 보는 우리 속에 있는 곰, 사자, 호랑이, 퓨마는 우리밖의 세상을 한 번이라도 걸어볼 수 있었을까? 이 책 <잘 가>는 감성과 감정을 그리고 쓰는 고정순 작가가 말하는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환경오염에 의해 거주지를 잃어가는 북금곰과 펭귄, 끝 없는 사막화 때문에 나무가 없어져서 살 곳이 없는 동물들, 평생 우리속에서 나오지 못해봤던 많은 동물원 동물들, 사람들의 미소를 위해 애쓰는 벨루가와 돌고래, 주인을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버려진 길고양이들은 우리 인간들에게서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다.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지만 분명히 우리들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그들은 이별하고 있다. 오늘 하루도 많은 동물들이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외롭게 쓰러져 갈 것이다. 이 책은 "이별하고 있고 잃어버리고 있는 동물들"을 그리며 감성적으로 쓰고 그린 고정순 작가의 노트이다.
파스텔과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감성적인 동물들의 삽화와 따뜻한 글귀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동물, 환경, 인간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글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읽으면 마음을 움직이게 할 여지가 있다. 수 백줄의 설득력있는 논문보다 때로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몇 줄의 글귀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이 동물들과의 이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김새, 소리, 느낌, 촉감 모두 우리들의 마음과 머리속에 기억해두자.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었던 모든 순간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