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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 나의 작은 날들에게
류예지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3월
평점 :


지금 나의 모습은 지난 세월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과 내가 대처했던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봤을 때, 나는 참 특별하지 않고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에는 무수하게 의미있는 경험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으며 그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각자의 삶에는 이름지어 주고 싶은 그 어떤 추억의 순간들이 있을텐데, 이 책 <이름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에서는 에세이 작가 류지예님의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천이 흐르는 여느 다를 바 없는 시골에서 태어나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과 함께 마을에서 자랐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상경하게 된 평범한 스토리에도 이름 지어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길가에 핀 꽃을 봤던 날, 코끼리를 처음 보러 갔던 날, 여대생이 되어 한껏 치장한 언니가 부러웠던 날 모두 추억의 편린으로 나를 의미있게 해주는 날들이다. 내가 정한 것도 아닌데 왼손잡이로 태어났고 왼손으로 쓰는 숟가락 젓가락을 볼 때마다 지적당하던 그 날들, 굳이 안 해도 될 험한 말로 뜯어 고치도록 하던 친척들의 말 그것도 지금은 추억이다. 여러 남매를 키우느라 나의 졸업사진을 찍지 못했던 어머니의 선택, 엉엉 우는 나에게 아무 말 못하고 어부바만 해주던 어머니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다.
어린 시절의 풋풋하고 순수한 그녀의 모습만이 아니라 상경하여 대학교 다니고 취업을 한 후 직장인으로써의 이야기도 온전히 책에 담겨 있다. 비록 대단하거나 거창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근사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좋을 작은 불빛들을 모아 숨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이 된다. 평범하게 일하던 어느날 화재경보기가 울려 모두가 얼굴만 빼꼼하며 내다 보는 광경은 마치 자라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오랜 배꼽친구였던 누구씨와 이제는 더이상 공감대가 없어지는 인생도 있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는가 보다.
사람들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지나왔던 수 많은 날들을 헤아려 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지금", "오늘"을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을 때에는 모르는 진리 말이다. 오늘 나는 나보다 잘나가고 빛나며 화려한 삶을 사는 이를 부러워하며 지내지만, 지난 날을 돌아보면 내 삶을 빛나게 해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 말이다. 내가 봐도 남이 보아도 보잘것 없는 일상의 날들도 내가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준다면 빛나는 순간이 된다. 그것이 모이면 바로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