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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詩
PSG 지음 / 프리윌 / 2022년 2월
평점 :


총 35편의 시를 담은 시집 "35시"에는 25편의 패러디 시와 10편의 창작시가 담겨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김춘수님의 <꽃>처럼 유명한 시를 패러디한 것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시도 있습니다. PSG 작가가 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시를 읽어보고 마지막에 원문이 어떤 시었는지 보면 의외로 재미있으면서도 색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1939년 <마을>로 등단한 박남수 시인의 <아침 이미지>를 다르게 해석하여 표현한 <슬픈현실>이 눈에 보입니다. 원문인 아침이미지는 개벽의 모습과 빛과 어둠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모습을 보였는데, <슬픈현실>의 시니컬함은 이면에 숨겨진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시집을 한창 읽던 젊은 시절에 손에 꼽았던 가장 좋아하던 문구 중에 하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입니다. 바로 김춘수님의 <꽃>, 언제 봐도 좋고 나이가 들어서 보면 젊을 때의 느낌과 달라지는 시입니다. 김춘수님의 <꽃>은 이 책에서 꽃이 아닌 종이가 되어 글로 표현됩니다. 그저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전에는 종이에 불과하던 것들이 너무 큰 가치를 가진 돈이 되어 인간에게 욕망의 꽃이 되었다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타인으로 남겨두고 싶은 욕망이지만 이미 나에게 깊게 들어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욕망입니다.
35시에서 표현되는 문장과 단어와 이야기는 시니컬하고 비판적이면서 현실을 풍자하는 맛이 있습니다. 감성적인 시를 다르게 꼬아 표현하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 시를 많이 읽고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색다른 경험입니다. 그리고 10편의 창작시도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현실을 꼬아 해석하는 패러디 시도 좋지만, 인간 본연의 가치와 "나 다움",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는 창작시도 매력적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