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정수윤 지음 / 정은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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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보노라니 수천가지 상념에 쓸쓸해지네, 이 내 몸 하나의 가을은 아닐진대, 이 와카는 달에 대해 노래하는 시이며 저자는 달의 한숨이라는 부제를 적었습니다. 약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던 때 저자는 바로 그 현장에 있으면서 일본 영화 거북이도 난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그 현장에서 온 건물과 세상이 흔들리고 무너지며 벽돌과 먼지와 물건들이 온몸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죽음이 나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가고 삶과 죽음이 쉽사리 교차하던 그 순간에 살아남았지만 머지 않아 수 만명이 쓰나미에 희생됐습니다. 한 두 사람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인류에게는 달도 별도 정이 떨어져서 한숨을 쉬여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900년 전부터 내려온 일본의 와카에서 보는 달, 10년 전 저자가 동일본 대지진에서 생각했던 달, 하나의 달이지면 생각하기에 따라 표현하기에 따라 참 다릅니다.

다고 해안가 내려가 바라보니, 순백 뒤덮인 후지산 봉우리에 눈은 폴폴 날리고, 이 책은 산문집이자 시집이며 노래하고 말하고 글쓰는 독특한 구성의 에세이입니다. 오래 전 와카의 노랫말을 보고 나서 저자의 산문적인 일상을 들어보자면 어울리는 듯 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합니다. 일본의 후지산에 쌓인 눈을 보며 노래하던 와카는 저자가 삶을 영위하며 매일 오르는 인왕산의 배경과 사뭇 다르지만 비슷한 풍경도 떠오릅니다. 800~900년 전의 일본 와카에서 느껴지는 정취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의 냄새가 비슷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솔직하게 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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