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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ㅣ 걷는사람 시인선 28
희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0월
평점 :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간혹 시집이 올라오는 경우, 누구나 알만한 시인 또는 인플루언서의 시집이 올라옵니다만, 왠지... 저는 그런 시집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시집이 좋습니다. 그것은 왠지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다른 세계의 스토리 같지만, 선배님이나 삼촌이 해주는 이야기는 내 마음에 다가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걷는사람 출판사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인이나 한동안 출간하지 않았던 시집을 발굴하여 시리즈로 내놓고 있습니다. 걷는사람 시인선의 28번째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는 담담한 여성의 시야에서 보는 시집입니다.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는 희음 시인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그의 약력을 보면 2016년의 시를 발표한 후 다양한 문학 관련 활동을 해왔으며, 그 중에는 여성주의 일상비평 웹진 "쪽"에서의 편집 경험이 눈에 띕니다. 희음 시인의 시에는 여성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담담하며 적당히 묵직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소위 패미니즘과 같은 시선은 없으며 세상에 대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불만어린 목소리를 시에 담고 있기도 합니다.
희음의 시에는 개, 말과 같은 피사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화자를 말하는 듯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 3자나 독자를 의인화 한 듯도 하며, 복잡한 시선을 가지고 있습다. 도서관이나 병원 등 일상생활에서 있을 법한 일을 이중적인 시선과 복합적인 표현을 곁들여 그려내고 있기도 합니다.
사랑과 이별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서정시 또는 에세이로 읽어보는 느낌은 상당한 울림이 있습니다. 희음의 시에는 사랑과 이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빌어서 표현하며 애둘러서 돌려 느껴지게 합니다. 빙수를 하나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숟가락의 모습, 해가 좋은 어느 날 걸어가는 가위의 모습, 수시로 등장하는 개와 말의 모습 등은 그 오브젝트들이 결국 사람과 나, 시인 자신을 말하는 것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