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가득했던 지난 봄, 코로나19 사태와 긴 장마로 혹독했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권씩 책을 읽고 있는 책벌레인 저는 가을이 되면 유독 에세이와 시에 손이 가곤 합니다. 걷는사람 출판사에서 좋은 시를 찾아서 시리즈로 기획하고 출간하고 있는 "걷는사람 시인선"의 27번째 "남아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이 출간됐습니다. 약 6년만에 새로운 시집을 출간하는 안상학 시인의 시집입니다. 안상학 시인의 작품에는 오랜 냄새가 나는 느낌을 줍니다. 70~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글귀가 가득하고 예전 언젠가를 떠올리는 듯한 추억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서정적이며서 감성적이지만 요즘의 갬성은 아니며 오래 묵은 된장찌개와 같은 감성입니다. 산문과 시의 중간 즈음의 형태인지라 글에 힘이 가득 담겨있어서 마음으로 다가오는 작품도 많습니다. < 안동식혜 >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식혜가 생각나면서도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러갔구나 하며 잠시 책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도 나도 어느새 마흔과 지천명, 이제 반백살을 살았으니 세월을 시집으로 이야기해볼만도 합니다. < 헛제삿밥 >은 시인의 고향인 안동에서 내려온 안동 헛제삿밥 이야기인데, 요즘 말하는 소위 낙수효과가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제는 살만해져서 직접 고기도 사먹고 간고등어도 사먹으니 예전 생각하며 즐거이 식사를 합니다.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 내일, 이 말의 뜻은 불혹을 언저리에 둔 시인이나 독자들이지만 아직도 항상 모든 것은 내일이라는 뜻 같습니다. 시의 느낌은 1부의 과거 추억에서 시작해 결국 "나"로 돌아과 3부와 4부에서는 나의 마음에 귀결됩니다. < 마음의 방향 >, < 당신안의 길 >, < 독거 >, < 흔적 > 등의 작품에서는 마음의 흔들림이 결국 가라 앉고 내일을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