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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는 주인공인 "나", "막내"가 겪은 어릴적의 충격적인 비극과 그 이후에 게속되는 힘들고 어려운 삶에 대해 그리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주인공에 특별히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이유는 독자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어떤 이야기라도 함께 공유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스스로를 못 견디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만, 어떤 경우에라도 힘든 것을 견디어 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나", "막내"가 우리에게 주는 말입니다.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되며 주인공인 나는 한 가족의 막내입니다. 1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약간 갈피를 잡을 수 없으나 쥐불놀이 이후로 할머니의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됩니다. 엄마는 원래부터 없었고, 따뜻한 할머니의 품이 가장 좋았으며, 자꾸 나에게 오라고 하는 심장귀신이랑 노는게 재미있고, 아버지는... 생각하기 싫은 "나"입니다. 결국 "나"만 그 상황을 직접 목격했던 할머니의 사고는 "나"를 평생의 죄책감으로 몰아넣습니다.
왜 "나"는 그 상황에서 사랑하는 할머니를 위해 그 어떤 단 한가지로 할 수 없었던 것인가, 심지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인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나"입니다. 할머니의 죽음 직전에 나는 정신이 잠시 돌아온 할머니의 앞에서 직접 울며 대화하고 속내를 퍼놓지만, 아버지가 만들어낸 현실의 그림자는 지극히 어둡고 어둡습니다. 개인사채로 시작해 두 딸에게 강제적으로 넘어간 커다란 액수의 부담은 나와 언니를 오랫동안 농락합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조용히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주는 지우개와 같은 것, "나"는 흰 눈이 더 많이 내렸으면 바랬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 지워지기를 말입니다. 지금의 불행이 내가 자초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적 그 때 내가 마땅히 해야 했던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은 평생 내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후회와 죄책감은 흰 눈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과거의 후회는 덮어줄테니 이제 모든 죄를 내려놓으라고 흰 눈은 내게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