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사람의 아들, 이문열작가의 초기작이며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장편소설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2005년 경 대학생 때 처음 만나보고 많은 울림을 남겼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20대의 젊은 나이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40대가 된 지금 다시 만난 사람의 아들은 15년 전과 다른 울림과 생각을 제게 주는 책입니다. 요즘 익숙해져가는 일본소설과 짧고 쉬운 소설과 비한다면 어려운 구성과 방대한 지식을 파도처럼 쏟아내는 사람의 아들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만큼 독자에게 큰 책입니다.
이야기는 기도원에서 발견된 민요섭의 살인사건을 남경사가 수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남경사의 이야기와 아하스페르츠의 자서전적 소설이 액자식으로 번갈아가면서 구성됩니다. 민요섭은 독실한 종교인이었으나 독실한 신에대한 갈구과 탐구적인 지식에 대한 탐닉은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게 됩니다. 결국 기도원에서 나온 민요섭은 전국을 떠돌며 구휼과 베품의 행적을 이어갑니다. 그가 왜 불쌍한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을 위해 구휼을 했는지는 아하스페르츠의 외침에서 알 수 있습니다.
"너희는 나를 위해 경배하지 마라.
나를 위해 제단을 쌓지 말며,
나를 위해 의식과 예물을 바치느라 너희 귀중한 재물과 노력을 허비하지 말라.
먼저 스스로를 구하라.
너희는 이웃을 사랑하라.
내가 기뻐해서가 아니라 그러함으로써
네 이웃도 너를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지나치게 많이 가짐을 구하지 말라.
많이 가짐이 악이어서가 아니라
그러함으로써 네 이웃이 가난해지는 것이 악이기 때문이다.
- p227 -
아하스 페르츠는 예수의 신앙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집트신화, 조로아스터교, 멀리 인도의 신화까지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구도자입니다. 아하스페르츠는 신에 대한 진실의 갈구와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탐닉합니다. 결국 다시 되돌아온 고향의 쿠아란타리아 평야에서 만난 예수와 그의 대화,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만든 그의 행적, 유다와의 대화 등은 과연 그가 인간인가 신인가 사탄인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저주인지 축복인지 그는 불사의 몸을 얻게 되고 예수는 다시 우리 곁으로 재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하스페르츠는 민요섭이며 조동팔이며 새로운 신에 대한 갈구의 결과입니다. 민요섭은 결국 구도자의 길에 지쳤거나 자신의 신을 찾기 위해 본인의 자리로 되돌아 가지만 민요섭의 영향을 받은 조동팔은 그리하지 못합니다. 한 명의 독자이자 무신론자이고 신학 지식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민요섭의 구휼 행적과 아하스페르츠의 외침이 크게 와닿습니다. 신앙의 모든 끝은 하나로 모인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으며 인간의 아들, 사람의 아들, 신의 아들 무엇이 우리인가 결국 신앙의 끝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