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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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1992년 장편 메디컬스릴러

분신(分身)은 일본과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2년작 "도플갱이증후근"의 최근 개정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50% 정도 소장하고 있는데 대부분 높은 가독성과 흡입력, 빠른 전개와 놓치기 싫은 장면들, 인물들과의 세심한 심리묘사로 유명합니다. 분신은 메디컬(의학) 스릴러 장르로 표현하고 싶은 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 스타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완전히 동일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도플갱어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신의영역을 침범하여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의학적인 이슈인 인위적인 쌍둥이(클론)이 책의 내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이고의 작품들 대부분에 깔려있는 사회적인 비판의식이 이 소설에서도 의학발전과 윤리적인 문제 부분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리코와 후타바의 정체성 찾기

분신, 이 책의 주인공은 홋카이도에 사는 마리코와 도쿄에 사는 후타바입니다. 부모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던 마리코는 어릴적에는 느낌만 있던 엄마에 대한 의구심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이상해짐을 느낍니다. 엄마의 표정, 눈빛, 말, 행동 등 모든 것들이 마리코를 대하는 것에 이상함이 있고 친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만 호적을 띄어보니 친딸로 나와 안심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온 가족과 함께 가스폭발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다행히 아빠와 마리코는 살아나고 엄마만 사망하게 됩니다. 마리코의 아빠는 엄마가 왜 동반자살을 시도했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마리코에게 숨기고 이대로 5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마리코는 결국 그 비밀과 원인을 찾기위에 자리를 나섭니다. 홋카이도에 사는 후타바는 도쿄의 대학교에서 밴드활동을 하는 중에 엄마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무릅쓰고 TV에 출연한 후부터 이상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고 후타바의 엄마는 갑작스럭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후타바는 이러한 이상한 상황들과 엄마의 죽음의 원인을 찾다가 과거 엄마가 홋카이도의 의대에서 임신한 후 도쿄로 도망쳐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홋카이도로 비밀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리고... 마리코와 후타바에게는 원하지 않던 위기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계속 치닫게 되며 이야기가 급격하게 진행됩니다.

1992년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는 내용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10여편 읽어보았는데 분신은 1992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론이라는 과학/의학적인 기술이 인간의 욕심에 활용되는 시나리오와 이로 인한 윤리적인 문제를 끄집어내어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90년대 초반에 제기되기 힘들었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1992년이면 제가 중학생으로 삼국지, 수호지를 즐겨읽고 인터넷과 핸드폰은 커녕 삐삐도 없던 그러한 기술적으로 무지했던 시절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수십년을 앞선 소설을 내놓았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러하기 때문에 2019년에 개정판이 출시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힌다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자질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다른 작가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빈쿡입니다. 현재는 예전의 명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로빈쿡의 소설은 의학스릴러라는 장르를 최초로 흥행시킨 대작가의 면모가 있었습니다. 로빈쿡이나 히가시노게이고나 국가와 시대를 떠나 대단한 작가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2019년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은 게이고의 팬들에게는 주는 헌사이고 90년대 초반 그의 작품세계를 옅볼 수 있는 선물이며 게이고 스타일의 의학소설을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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