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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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상류사회상을 엿보다

여성 최초의 퓰리처 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디스 워튼 작가의 책, "올드 뉴욕"을 읽어봤습니다. 제목의 올드뉴욕과 같이 20세기 초 대략 1차 세계대전의 전후 즈음의 미국 뉴욕의 상류층 사회생활을 담은 총 네 편의 단편을 한 권으로 구성한 책입니다. 네 편의 단편작은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새해 첫날"의 네 편으로 각각 다른 주인공과 다른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독립적인 단편입니다. 각 단편들이 상이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주제와 사상에는 당시대의 미국의 상류사회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과 풍자가 담겨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00년여 전의 미국 상류사회의 실상은 지금 알기 어렵고 영화와 미국드라마에서만 간접적으로 느껴왔었는데 책에서 볼 수 있는 당시의 사회상은 색다르면서도 깊은 생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배경과 사회상이라도 영화보다는 소설로 바라보는 것이 깊이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세월의 흐름과 갈등, 해결과 반전

네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세기초 미국 상류사회의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이 소설은 단지 비판과 풍자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분명 재미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특히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새해 첫날" 모두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에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세월의 변화가 존재합니다. 불꽃 단편의 경우에는 헤일리 딜레인이 과거 전쟁에서 겪었던 이야기와 현재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반전같은 이야기의 사이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경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노처녀 단편의 경우에도 샬롯의 딸이 성장하는 세월이 십수년이 경과되었고 그 시작과 끝이 이어지면서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며 과거에서 보였던 복선을 다시 한 번 끄집어 떠올리게 됩니다. 이 책의 각 이야기들은 이렇게 세월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이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신분, 상황, 감정, 갈등관계 등의 변화를 유심히 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나의 추천작 : 노처녀

올드뉴욕에 담겨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버릴 것이 없는 수작들입니다만, 개인적인 독서 스타일과 선호하는 이야기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처녀라는 작품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대의 미국 상류층의 허울과 허상을 비판하고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꾸짖는 것을 간접적으로 애둘러서 처녀인 샬롯의 딸을 중심으로 풀어냅니다. 모든 작품의 배경에는 "가문"이 등장하는데 제가 느끼는 가문이 지금 시대에는 재벌, 족벌, 정치인 등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그러한 가문에는 겉에서 보기와 다른 속내가 있고 노처녀 작품에서는 샬롯의 딸과 델리아의 갈등, 그리고 그 출신의 비밀 등이 등장하면서 흥미로움과 카타르시스 같은 요소도 놓치지 않고 제공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네 고전인 "호질"이 생각났습니다. 누구나 존경하는 선비인 북곽선생과 고결하기로 소문난 과부 동리자의 관계와 그들을 꾸짖는 호랑이의 이야기인 호질말입니다. 고전은 동서양이 모두 유사한 생각과 감동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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