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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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큐팔사나 반딧불이에서 하루키의 환상문학 세계를 보았다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에서는 하루키 문학의 소재들을 엿볼 수 있었다.  

있을법한 일이지만 하루키의 입을 통해 들어서 더 특별한 것일까  

혹은 

 하루키가 특별한 일들을 취재하여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일까 

 

작가로서의 그와 인터뷰어로서의 그,  

또 특별한 이야기들이 오래되고 멋스러운 소품처럼 펼쳐진다.  

고르길 잘했다.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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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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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Prologue. 사랑은 마치, 마법 같아요.

 

모든 세상을 '그' 혹은 '그녀'를 통해 보게 되고, 그 세상은 '나'의 전부가 되지요.

'그' 혹은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들었다 놨다 하고는, 저는 모르는 듯이 행동합니다. 그 타올라 아픈 마음은 내가 항상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라 더욱 괴롭고 이상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요. 그러고 보면 옛부터 '상사병엔 약이 없다'는 말은 절대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직접 겪은 사랑에 그 바탕을 두기에 더욱 우리를 절절한 공감 속으로 이끌어 갑니다.

 

베츨라어에서 법관 시보로 근무하던 괴테는 당시 친구인 케스트너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서글픈 비애감에 빠져 고향 프랑크푸르트로 되돌아온다. 마침 그 무렵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던 친구 예루잘렘이 자살에 사용한 권총을 빌려준 이가 다름 아닌 케스트너, 즉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샤를로테의 약혼자라는 점이었다. 7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영혼의 심전도를 기록하듯 써내려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토록 강렬한 떨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3 쪽. 해설 中-

 

가장 특수하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감정인 사랑은 괴테의 언어를 만나 더욱 절절하게, 아프게 우리의 마음을 찌릅니다. 사랑의 발견에 희열을 느끼고 설레는 베르테르, 그 사랑의 자취를 따라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베르테르, 도저히 단념되지 않는 운명 앞에 너무나 아프게도 무릎 꿇는 베르테르의 말들에 저는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1. 숨길 수 없어요. 사랑 하고 있어.

 

7월 19일

"오늘도 나는 그녀를 만날 거야!" 아침이면 나는 유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눈부신 태양을 쳐다보며 그렇게 소리친다네. "오늘도 나는 그녀를 만날 거야!" 하고 주문을 외우듯 말하고 나면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네. 모든 것이 이 한 가지 소망에 묶여 있는 것이지.

-본문 60 쪽-

 

7월 24일

....

지금보다 행복해본 적은 없었네. 또 작은 돌멩이 하나, 어린 풀잎 하나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받아들이는 나의 감성이 지금처럼 충만했던 적도 일찍이 없었다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이런 상태를 적절히 표현해낼 재간이 없네. 나의 표현력이라는 게 워낙 빈약한데다 모든 사물이 내 영혼 앞에서 혼란스레 뒤흔들려서인지 도무지 윤곽을 잡을 수가 없다네.

....

-본문 61~62 쪽-

 

7월 26일

그녀를 너무 자주 만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결심했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과연 그 결심을 무슨 수로 지킬지! 나는 매일 유혹에 굴복하고는 내일만큼은 집에서 머물겠노라고 엄숙히 맹세하곤 하네. 그랬다가 그 내일이 되면 또다시 그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고는 어느새 그녀 곁에 가 있는 걸세.

-본문 63 쪽-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와 마음과 생각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로 쏠린 느낌.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걷고, 그녀의 표정을 따라 웃고, 그녀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베르테르에게 이 세상은 온통 로테의 안에서 머무는 것이 되버렸지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 자상하고 합리적인 신사인 알베르트가 있습니다. 그 또한 베르테르 못지않게 로테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지요. 감성적이고 민감한 베르테르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알베르트는 곧 의견차를 좁힐 수 없게 됩니다.

 

 

 

# 2. '당신 같은 사람은'

 

8월 12일

알베르트는 정말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괜찮은 사람 같네. 어제 예기치 않게 그와 언쟁을 벌이게 되었네. ....

"당신 같은 사람은" 하고 나는 소리쳤다네.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것은 어리석다, 현명하다, 나쁘다, 좋다 하는 식으로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데 과연 그런 논리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논리로 어떤 행동의 내부 사정 하나하나를 다 파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낫는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당신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렇게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할 겁니다."

"행위의 원인이나 동기를 불문하고 항상 죄악시되는 행동이 있다는 것은 당신도 인정하겠지요." 알베르트는 말했네.

... "아아, 당신네 이성적인 사람들이란!"

-본문 71 쪽-

 

...알베르트는 이런 비유조차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몇 가지 반론을 더 제기하더군.  "알베르트 씨." 나는 외쳤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인간입니다. 열정이 불타오르고 인간성의 한계를 경험하는 순간에 한줌의 이성은 거의, 아니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본문 76 쪽- 

 

 

알베르트는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어요. 베르테르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회에 알베르트는 완벽하게 소속되어 있었던 거지요. 베르테르는 질투와 열등감. 슬픔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 3. 새장 속의 절망.

 

1월 20일

아, 이 정겹고 친근감 넘치는 방 안에서 당신의 발치에 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나를 에워싸고 깡충거리며 돌아다니는 상상도 해봅니다. ...

하얀 눈으로 반짝이는 세상을 뒤로한 채 태양이 장엄하게 가라앚고 있습니다. 이젠 폭풍우도 멎었습니다. 나는 다시 새장 속에 갇혀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지내요! 알베르트도 지금 함께 있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 이런 질문을 하다니, 미안합니다!

-본문 101 쪽-

 

5월 9일

오, 나의 친구여, 얼마나 많은 희망이 허사가 되고, 얼마나 많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는가! 지난날 숱하게 내 소망의 대상이 되어주었던 거대한 산이 지금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네. 그 옛날 난 몇 시간이고 여기에 앉아 산 너머 아득히 먼 세상을 그리워했지. 다정하고 어슴푸레한 기운이 감도는 숲과 계곡을 절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네.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도 이 정겨운 자리를 떠나기가 얼마나 싫었던가!

 

9월 3일

내가 그녀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정작 다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가끔 이해할 수 없다네. 나는 오직 그녀만을 마음 속 깊이 흠모하고,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말일세!

 

형식과 이성을 중요시 하는 사회. 계급과도 같은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사회에 베르테르는 신물을 느낌니다. 어디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에 자신을 내맡기게 되지요.  

 
 

# 4. 나를 용서해줘요.

 

12월 12일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일말의 그리움이 밀려오더군!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심연을 향해 서서 심호흡을 했네. 아래로! 저 아래로! 나의 고통과 나의 슬픔이 저 물결처럼 아래로 떠내려가며 씻겨가는 희열감으로 숨이 가뻐졌네! 오! 하지만 너는 땀바닥에서 발을 떼어 이 모든 고통을 끝내버리지 못하는구나! 나는 내 운명의 시계가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느끼네! 오, 빌헬름! 저 폭풍우로 구름을 찢고 이 두 손으로 물줄기를 잡아볼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칠 텐데! 감옥에 갇혀 있는 이자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환희가 주어지지 않겠는가!

 

오, 용서해줘요! 나를 용서해줘요! 어제 일을 말입니다! 그 때가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 나의 천사여! 처음으로, 분명 처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벅찬 희열감이 열화와 같이 타올랏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성스러운 불꽃이 아직도 내 입술에서 타오릅니다. 내 가슴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뜨거운 환희로 들끓고 있습니다. 용서해요! 나를 용서해요!

 

총알은 장전해두었습니다. 지금 막 열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자, 이제 때가 됐습니다. 로테! 로테, 잘있어요! 안녕!

 

 

 고칠 수 없는 사랑의 병에 깊이 침전해 버린 그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하고 사랑 받는 그것을 향해 몸을 던진 베르테르. 너무나 슬픈 이 사랑 이야기에 전 한 번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감성적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답니다. :D

 
# Epilogue.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수없이 재생산되는 많은 베르테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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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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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노동운동이고 사회 문제고 간에 어떤 개념이 형성되기도 전에 우연히 읽게 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어린 내게 3단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첫 째, 우리 나라에 이렇게 초현실적인 문체를 가진 소설이 있었다니,

둘 째, 이런 처참한 상황이 정.말.로. 존재했던걸까,

셋 째, 이런 초현실적인 문제로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다니,

 

하는 충격이었다. 특히 두 번째의 충격은 그저 사진으로만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들이 머리 속에서 색을 입고 뛰어다니는 경험이었다. 살던 집은 정말로 허물렸고, 공장은 숨을 쉬기 힘들었고, 그들은 쉬지 못했다는 사.실.

 

도시화, 산업혁명. 사람들이 사는 곳을 조금 더 좋게 보여지도록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사는 곳에서 쫓겨났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일했다는 그 사실이 가시처럼 와 닿았다. 그리고 '공정의 문제'에 대해 깊이깊이 오래도록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빵과 장미> 37p. 

 

 

값싼 노동력의 이민자인 로사의 가족은 교육받지 못한 채 공장에서 일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미국인이 될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며 자란 소녀 로사는 그야말로 천대받고 무시당하지 않는 우아한 '미국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어느 날 로사는 선생님이 나쁘다고 한 '파업'에  어머니가 동참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에게 큰 실망감을 느낀다. 그러나 로사가 사랑하는 어머니는 어느 때보다 즐거워보이고, 의욕이 넘쳐 흐르는 것 처럼 보인다. 어머니와 선생님의 말 사이에서 로사는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게 된다.

 

 

"우드 씨가 뭐라 했는지 너도 알잖니. 공장에서 54시간 일하는 사람들한테 56시간 임금을 줄 수는 없어."

로사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딱딱해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집이 다섯 채나 있잖아요."

"그래, 집을 다섯 채 가졌지."

"네, 선생님. 그리고 자동차가 엄청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정도고요."

핀치 선생님은 고개를 홱 틀었다. 선생님의 뺨이 빨개졌다.

<빵과 장미>83p.

 

 

제이크는 미국인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소년이다. 알콜중독 아버지에게 매일 맞으면서도 공장에 나가 아버지의 술값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이주자들의 파업은 그에게 돈을 벌지 못하는 날들일 뿐이다. 둘의 미묘하게 다른 입장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데로 나아가게 된다.

 

 

그 영감한테 이 저주받은 파업의 와중에도 자기가 얼마나 잘 처신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데, 자기는 새 옷에 아버지한테 선물 사줄 돈까지 있노라고.

판잣집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이번만은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사뭇 실망스러웠다. 제이크는 아버지가 못 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간이침대 한복판에다 술병을 놔두고, 쓰레기 더미가 아닌 다른 잠자리를 찾으러 떠났다. 새 옷을 벌써부터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다.

<빵과 장미> 169p.

 

 

제이크는 어쩌다 생긴 돈으로 자신의 먹을 것보다 아버지가 좋아할 위스키를 사서 집으로 간다. 새 옷을 아버지에게 맞아 더럽히고 싶지 않았기에 술만 놓고 나온 제이크는 다음 날, 술을 먹고 잠든 아버지가 추운 날씨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불쌍한 소년은 이 모든 비극이 자신이 술을 사갔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두려움에 빠진다. 그리고 과격해진 운동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진 소녀와 소년은 한 부부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서로를 이해하며 성숙해간다.

 

빵과 장미의 상징성은 구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빵은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단순히 일을 하기 위해 먹고, 먹기위해 일을 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그건 사람 사는 게 아니지'하고 혀를 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빵 뿐 아니라 '장미'도 원한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을 마친 저녁 시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리, 산책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이들이 갖고자 하는 '장미'이다.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들을 요구하는 이들의 투쟁은 그래서 아름답고, 활기차보인다. 그리하여 이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자들의 몸짓은 더욱 우스꽝스럽고, 오히려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 보이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이민 노동자들에게 공장의 노동 여건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그들은 대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일을 했습니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누구든 일하러 나가야 했습니다. 아이가 열네 살 아래면, 부모들은 종종 돈을 주고 아이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했습니다. 그래야 아이가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11년, 메사추세츠 주의회는 공장주들에게 1912년 1월 1일부로 여자와 어린이의 노동시간을 주 56시간에서 54시간으로 단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보통 성인 남자가 성인 여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공장주들은 모두의 노동시간을 54시간으로 줄이고 기계 가동 속도를 높임으로써, 단축된 주당 노동 시간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이윤 손실을 임금 삭감을 통해 메우려 했습니다.

<빵과 장미> 작가의 말 中 

 

 

이런 시절도 있었단다. 라고 말하기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백인에 의해 제공된 마약에 중독되어 마약을 더 얻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모아야 하는 현대판 노예들.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며 겨우 목숨을 이어나갈 정도의 돈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불법체류 노동자들.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에 당장 맞서 싸울 수도, 피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그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든 사람이 빵도, 장미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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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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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또한 일가견이 있다.
공화국 시절로 불렸던 독재체제. 금기된 책이 있고 말 한마디 함부로 못하던 시절. 그 터져나올듯 한 억압에 대해 헤르타 뮐러는 줄곧 써 온 것이다.

에드가와 쿠르트, 게오르크도 어릴 적에 초록 자두를 먹었다. 그들에

게는 자두와 관련된 어떤 풍경도 머릿속에 남아닜지 않았다. 그 누구

의 아버지도 자두 먹는 걸 말리지 않았으므로. 꼼짝없이 죽는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나를 놀렸다. 하얗게 열이 오르고 심장이

안에서부터 타버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죽음을 물 필요가 없

었어, 아버지가 안 볼 때 먹었으니까. 감시원들은 대놓고 먹어, 내가

말했다. 그래도 그들은 죽음을 물지 않아, 행인들도 자두 딸 때 나는

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가난의 시큼한 트림을 알고 있거든.

여기, '자살'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 용납하지 않는 데서 그치

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한다. 수치스러운 것이다. 당에게 자살로

인해 수치를 안기고, 당의 위신을 떨어트렸다. 이 뿐이다. 과도한 존

경심은 극단적인 방법들을 부른다.

강간과 독재의 피해자인 그녀들을 당은 수치스러워 하고, 그녀를 과도한 박수로 지우려 한다. 그녀들을 지우고, 충성을 다짐하기 위한 박수는 멈추지 않는다. 누구 하나라도 멈추려 한다면 당에 대한 충성을 의심받을 것이 뻔한 상황인 것이다. 박수는 하루 종일 지속된다.

아이러니컬 한 상황들의 연속 속에서 삶의 모습은 단편적으로만 보여지고, 끔찍한 상황을 묘사하는 언어는 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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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안전성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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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일상 탈출!’ 이라는 말이 절실한 시간.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휴가를 떠나는 그 순간, 혹은 휴가를 못 가게 된 그 순간 떠오르는 말은 ‘집 떠나면 개고생’ 이라는 말이다. 매일 보던 풍경, 매일 하던 일에서 떠나고 싶지만 어느 순간 일상이 아닌 위치에 있게 되면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듯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안정과 불안, 일상과 비일상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소설집은, 그 미묘한 균열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임에도 그들이 직접 ‘당사자의 입장에서’보여주는 사건들은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참을 수 없이 민망하고, 부끄러운 순간의 불안상태와 안도하는 상태를 오간다.

 

따라서 이 책에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사건은 사소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이 거대한 비일상의 사건이다. 아이가 없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대마초를 피우려다 경찰을 맞닥뜨리고, 폭탄 위협을 피해 회사에 나가지 못한 날, 뒤뜰의 잡초를 뽑으려다 아내의 맨드라미를 뽑고 핀잔을 듣는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여자아이는 뒤뜰에서 성적 상상을 하며 옷을 벗어제낀다. 그러다 마트에서 돌아온 엄마를 맞닥뜨린 앞에서 앞섶을 가려버리는 민망한 순간, 우연히 동생의 바비 인형에 반해버린 남자아이 등 작가는 누구나 생에 한 번 쯤은 혼자 은밀히 갖고 있는 기억들을 불러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일상과 비일상 사이, 은밀한 균열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 <사물의 안전성>. 뫼비우스의 띠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 일상의 사물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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