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 Prologue. 사랑은 마치, 마법 같아요.

 

모든 세상을 '그' 혹은 '그녀'를 통해 보게 되고, 그 세상은 '나'의 전부가 되지요.

'그' 혹은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들었다 놨다 하고는, 저는 모르는 듯이 행동합니다. 그 타올라 아픈 마음은 내가 항상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라 더욱 괴롭고 이상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요. 그러고 보면 옛부터 '상사병엔 약이 없다'는 말은 절대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직접 겪은 사랑에 그 바탕을 두기에 더욱 우리를 절절한 공감 속으로 이끌어 갑니다.

 

베츨라어에서 법관 시보로 근무하던 괴테는 당시 친구인 케스트너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서글픈 비애감에 빠져 고향 프랑크푸르트로 되돌아온다. 마침 그 무렵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던 친구 예루잘렘이 자살에 사용한 권총을 빌려준 이가 다름 아닌 케스트너, 즉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샤를로테의 약혼자라는 점이었다. 7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영혼의 심전도를 기록하듯 써내려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토록 강렬한 떨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3 쪽. 해설 中-

 

가장 특수하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감정인 사랑은 괴테의 언어를 만나 더욱 절절하게, 아프게 우리의 마음을 찌릅니다. 사랑의 발견에 희열을 느끼고 설레는 베르테르, 그 사랑의 자취를 따라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베르테르, 도저히 단념되지 않는 운명 앞에 너무나 아프게도 무릎 꿇는 베르테르의 말들에 저는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1. 숨길 수 없어요. 사랑 하고 있어.

 

7월 19일

"오늘도 나는 그녀를 만날 거야!" 아침이면 나는 유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눈부신 태양을 쳐다보며 그렇게 소리친다네. "오늘도 나는 그녀를 만날 거야!" 하고 주문을 외우듯 말하고 나면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네. 모든 것이 이 한 가지 소망에 묶여 있는 것이지.

-본문 60 쪽-

 

7월 24일

....

지금보다 행복해본 적은 없었네. 또 작은 돌멩이 하나, 어린 풀잎 하나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받아들이는 나의 감성이 지금처럼 충만했던 적도 일찍이 없었다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이런 상태를 적절히 표현해낼 재간이 없네. 나의 표현력이라는 게 워낙 빈약한데다 모든 사물이 내 영혼 앞에서 혼란스레 뒤흔들려서인지 도무지 윤곽을 잡을 수가 없다네.

....

-본문 61~62 쪽-

 

7월 26일

그녀를 너무 자주 만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결심했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과연 그 결심을 무슨 수로 지킬지! 나는 매일 유혹에 굴복하고는 내일만큼은 집에서 머물겠노라고 엄숙히 맹세하곤 하네. 그랬다가 그 내일이 되면 또다시 그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고는 어느새 그녀 곁에 가 있는 걸세.

-본문 63 쪽-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와 마음과 생각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로 쏠린 느낌.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걷고, 그녀의 표정을 따라 웃고, 그녀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베르테르에게 이 세상은 온통 로테의 안에서 머무는 것이 되버렸지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 자상하고 합리적인 신사인 알베르트가 있습니다. 그 또한 베르테르 못지않게 로테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지요. 감성적이고 민감한 베르테르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알베르트는 곧 의견차를 좁힐 수 없게 됩니다.

 

 

 

# 2. '당신 같은 사람은'

 

8월 12일

알베르트는 정말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괜찮은 사람 같네. 어제 예기치 않게 그와 언쟁을 벌이게 되었네. ....

"당신 같은 사람은" 하고 나는 소리쳤다네.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것은 어리석다, 현명하다, 나쁘다, 좋다 하는 식으로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데 과연 그런 논리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논리로 어떤 행동의 내부 사정 하나하나를 다 파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낫는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당신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렇게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할 겁니다."

"행위의 원인이나 동기를 불문하고 항상 죄악시되는 행동이 있다는 것은 당신도 인정하겠지요." 알베르트는 말했네.

... "아아, 당신네 이성적인 사람들이란!"

-본문 71 쪽-

 

...알베르트는 이런 비유조차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몇 가지 반론을 더 제기하더군.  "알베르트 씨." 나는 외쳤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인간입니다. 열정이 불타오르고 인간성의 한계를 경험하는 순간에 한줌의 이성은 거의, 아니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본문 76 쪽- 

 

 

알베르트는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어요. 베르테르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회에 알베르트는 완벽하게 소속되어 있었던 거지요. 베르테르는 질투와 열등감. 슬픔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 3. 새장 속의 절망.

 

1월 20일

아, 이 정겹고 친근감 넘치는 방 안에서 당신의 발치에 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나를 에워싸고 깡충거리며 돌아다니는 상상도 해봅니다. ...

하얀 눈으로 반짝이는 세상을 뒤로한 채 태양이 장엄하게 가라앚고 있습니다. 이젠 폭풍우도 멎었습니다. 나는 다시 새장 속에 갇혀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지내요! 알베르트도 지금 함께 있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 이런 질문을 하다니, 미안합니다!

-본문 101 쪽-

 

5월 9일

오, 나의 친구여, 얼마나 많은 희망이 허사가 되고, 얼마나 많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는가! 지난날 숱하게 내 소망의 대상이 되어주었던 거대한 산이 지금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네. 그 옛날 난 몇 시간이고 여기에 앉아 산 너머 아득히 먼 세상을 그리워했지. 다정하고 어슴푸레한 기운이 감도는 숲과 계곡을 절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네.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도 이 정겨운 자리를 떠나기가 얼마나 싫었던가!

 

9월 3일

내가 그녀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정작 다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가끔 이해할 수 없다네. 나는 오직 그녀만을 마음 속 깊이 흠모하고,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말일세!

 

형식과 이성을 중요시 하는 사회. 계급과도 같은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사회에 베르테르는 신물을 느낌니다. 어디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에 자신을 내맡기게 되지요.  

 
 

# 4. 나를 용서해줘요.

 

12월 12일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일말의 그리움이 밀려오더군!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심연을 향해 서서 심호흡을 했네. 아래로! 저 아래로! 나의 고통과 나의 슬픔이 저 물결처럼 아래로 떠내려가며 씻겨가는 희열감으로 숨이 가뻐졌네! 오! 하지만 너는 땀바닥에서 발을 떼어 이 모든 고통을 끝내버리지 못하는구나! 나는 내 운명의 시계가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느끼네! 오, 빌헬름! 저 폭풍우로 구름을 찢고 이 두 손으로 물줄기를 잡아볼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칠 텐데! 감옥에 갇혀 있는 이자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환희가 주어지지 않겠는가!

 

오, 용서해줘요! 나를 용서해줘요! 어제 일을 말입니다! 그 때가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 나의 천사여! 처음으로, 분명 처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벅찬 희열감이 열화와 같이 타올랏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성스러운 불꽃이 아직도 내 입술에서 타오릅니다. 내 가슴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뜨거운 환희로 들끓고 있습니다. 용서해요! 나를 용서해요!

 

총알은 장전해두었습니다. 지금 막 열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자, 이제 때가 됐습니다. 로테! 로테, 잘있어요! 안녕!

 

 

 고칠 수 없는 사랑의 병에 깊이 침전해 버린 그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하고 사랑 받는 그것을 향해 몸을 던진 베르테르. 너무나 슬픈 이 사랑 이야기에 전 한 번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감성적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답니다. :D

 
# Epilogue.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수없이 재생산되는 많은 베르테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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