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안전성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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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일상 탈출!’ 이라는 말이 절실한 시간.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휴가를 떠나는 그 순간, 혹은 휴가를 못 가게 된 그 순간 떠오르는 말은 ‘집 떠나면 개고생’ 이라는 말이다. 매일 보던 풍경, 매일 하던 일에서 떠나고 싶지만 어느 순간 일상이 아닌 위치에 있게 되면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듯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안정과 불안, 일상과 비일상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소설집은, 그 미묘한 균열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임에도 그들이 직접 ‘당사자의 입장에서’보여주는 사건들은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참을 수 없이 민망하고, 부끄러운 순간의 불안상태와 안도하는 상태를 오간다.

 

따라서 이 책에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사건은 사소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이 거대한 비일상의 사건이다. 아이가 없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대마초를 피우려다 경찰을 맞닥뜨리고, 폭탄 위협을 피해 회사에 나가지 못한 날, 뒤뜰의 잡초를 뽑으려다 아내의 맨드라미를 뽑고 핀잔을 듣는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여자아이는 뒤뜰에서 성적 상상을 하며 옷을 벗어제낀다. 그러다 마트에서 돌아온 엄마를 맞닥뜨린 앞에서 앞섶을 가려버리는 민망한 순간, 우연히 동생의 바비 인형에 반해버린 남자아이 등 작가는 누구나 생에 한 번 쯤은 혼자 은밀히 갖고 있는 기억들을 불러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일상과 비일상 사이, 은밀한 균열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 <사물의 안전성>. 뫼비우스의 띠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 일상의 사물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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