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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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또한 일가견이 있다.
공화국 시절로 불렸던 독재체제. 금기된 책이 있고 말 한마디 함부로 못하던 시절. 그 터져나올듯 한 억압에 대해 헤르타 뮐러는 줄곧 써 온 것이다.

에드가와 쿠르트, 게오르크도 어릴 적에 초록 자두를 먹었다. 그들에

게는 자두와 관련된 어떤 풍경도 머릿속에 남아닜지 않았다. 그 누구

의 아버지도 자두 먹는 걸 말리지 않았으므로. 꼼짝없이 죽는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나를 놀렸다. 하얗게 열이 오르고 심장이

안에서부터 타버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죽음을 물 필요가 없

었어, 아버지가 안 볼 때 먹었으니까. 감시원들은 대놓고 먹어, 내가

말했다. 그래도 그들은 죽음을 물지 않아, 행인들도 자두 딸 때 나는

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가난의 시큼한 트림을 알고 있거든.

여기, '자살'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 용납하지 않는 데서 그치

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한다. 수치스러운 것이다. 당에게 자살로

인해 수치를 안기고, 당의 위신을 떨어트렸다. 이 뿐이다. 과도한 존

경심은 극단적인 방법들을 부른다.

강간과 독재의 피해자인 그녀들을 당은 수치스러워 하고, 그녀를 과도한 박수로 지우려 한다. 그녀들을 지우고, 충성을 다짐하기 위한 박수는 멈추지 않는다. 누구 하나라도 멈추려 한다면 당에 대한 충성을 의심받을 것이 뻔한 상황인 것이다. 박수는 하루 종일 지속된다.

아이러니컬 한 상황들의 연속 속에서 삶의 모습은 단편적으로만 보여지고, 끔찍한 상황을 묘사하는 언어는 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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